세르비아서 입국 과정도 의문…총리와 내무부장관도 미리 알았을 가능성 있어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재판 중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옥중 편지'가 공개돼 몬테네그로 정치계가 발칵 뒤집혔다.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신생 정당 '지금 유럽'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찰청은 진상을 밝히기 위해 지난 16일(현지시간) 조사에 착수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권 대표가 수감된 스푸즈 구치소에서 8시간 동안 진행된 조사가 끝난 뒤 권 대표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권 대표가 스파이치 대표와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로디치 변호사는 "지난 열흘간 언론에서 추측성 기사로 나온 스파이치 대표의 불법 선거 자금 조달에 권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든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총선을 나흘 앞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권 대표에게 자필 편지를 받았다면서 그 속에는 권 대표가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폭로한 바 있다.
편지를 썼다는 당사자인 권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사건은 유야무야되는 듯 보였으나, 그날 밤 몬테네그로 현지 방송인 'Prva TV'가 권 대표의 편지를 입수했다며 전문을 공개하며 반전을 맞았다.
권 대표는 아바조비치 총리,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장관, 특별검찰청에 함께 보낸 이 편지에서 "작년 말 스파이치 대표는 내게 몬테네그로 고위직에 출마할 계획을 밝혔다"며 "그는 출마의 주요 목표가 가상화폐 친화적인 정책을 채택해 몬테네그로 경제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스파이치 대표가 다가오는 선거를 위해 가상화폐 업계에 있는 친구들에게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뒤 자신에게도 선거자금 기부를 요청했다며 "나는 이러한 대화와 다른 사람들의 기부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스파이치 대표는 올해 4월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었으나 세르비아 이중 국적자인 게 드러나면서 출마가 좌절됐고, 대신 당의 부대표인 야코브 밀라토비치 전 경제부 장관이 출마해 당선됐다.
권 대표의 변호사가 밝힌 대로 편지에는 권 대표 본인이 선거 자금을 댔다는 내용은 없으나, 권 대표는 편지를 썼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고 가상화폐 업계의 돈이 선거 캠페인에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금까지는 편지 내용의 진위를 놓고 재임을 노리는 아바조비치 현 총리와 차기 총리가 유력한 스파이치 대표가 거친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제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지면서 불똥이 밀라토비치 신임 대통령에게 튀었다.
파문이 커지자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지난 21일 'TV E'와의 인터뷰에서 권 대표가 대선자금을 기부하지 않았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 조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권 대표와는 개인적인 인연이나 다른 어떤 관계도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권 대표의 돈이 아니더라도 가상화폐 업계의 외국 자본이 대선 자금으로 쓰인 게 확인되면 밀라토비치 대통령은 자리가 위태롭게 될 수도 있다.
몬테네그로 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당에 기부하거나 선거 운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정당은 모든 기부금을 부패 방지국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태의 불똥은 스파이치 대표와 밀라토비치 대통령뿐만 아바조비치 총리와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장관에게도 튀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부 언론에서는 권 대표가 세르비아 외교관 번호판이 부착된 차를 타고 몬테네그로 국경을 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만약 사실이라면 아바조비치 총리와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장관이 권 대표가 월경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가 그동안 머물던 세르비아에서 몬테네그로로 어떻게 넘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몬테네그로 당국이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해 의혹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