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이들이 계속해서 늘면서 은행 신규 연체율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당분간 한계차주 증가로 인한 연체율 상승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권 여신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월 신규 연체율(잠정) 평균은 0.09%로, 지난해 5월 대비 2배 이상 높았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얼마만큼의 새로운 부실이 발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들 5대 시중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7월 0.04%에서 8~10월 0.05%, 11월 0.06%, 12월 0.07%, 올해 1월 0.08%, 2월 0.09%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은행들이 분기 말 연체관리에 나서면서 지난 3월 0.07%로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4월 0.08%, 5월 0.09%로 다시 2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5월 가계 신규 연체율이 0.08%로 1년 전(0.04%)의 2배였고, 기업 신규 연체율은 0.11%로 전년 동월(0.05%)의 2배가 넘는 등 가계와 기업 모두 연체율이 급증했다.
신규 연체 증가로 이들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3%로, 전년 동월(0.20%) 대비 0.13%p나 높아졌다.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 기업대출 연체율은 0.37%로 각각 한 달 전 대비 0.02%p, 0.04%p 올랐으나 지난해 5월의 0.16%, 0.22%와 대비 각각 0.13%p, 0.15%p 뛰었다.
이들 5대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비율 평균도 0.29%로, 전달(0.27%) 대비 0.02%p, 전년 동월(0.25%) 대비 0.04%p 올랐다.
3개월 이상 연체 시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는데, 통상 연체율이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올라가게 된다.
가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월 0.21%로 4월(0.19%) 대비 0.02%p, 전년 5월(0.16%) 대비 0.05%p 상승했고, 기업은 5월 0.35%로 전월(0.33%) 대비 0.02%p, 전년 동월(0.32%) 대비 0.03%p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뚜렷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은 우선 기준금리 상승의 누적효과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통화정책 정상화에 착수, 2023년 1월까지 역사상 가장 빠른 금리인상(300bp·1bp=0.01%포인트)을 단행한 바 있다.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도 연체율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17.5%가 3년 연속으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보다 많은 한계기업이다.
은행들은 올해 초부터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연체율이 현재는 개인사업자와 기업, 가계로 전방위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연체는 특정 기업이나 업종이 아니라 전반적인 경향이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