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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의 ‘대출 대이동’...금리결정에 경쟁원리 도입해야
금융시장의 ‘대출 대이동’...금리결정에 경쟁원리 도입해야
  • 권의종
  • 승인 2023.06.0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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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대출 인프라는 ‘대증요법’, 신규대출 플랫폼은 ‘원인요법’...신규대출때 낮은 금리 적용하면 대환대출 불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시장에 ‘대출 대이동’이 시작됐다. 금융권에 금리 경쟁의 막이 올랐다. 스마트폰 몇 번 클릭으로 더 싼 이자의 신용대출로 갈아타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가동됐다. 고금리 시대에 다만 얼마라도 싼 이자를 찾으려는 소비자의 관심이 뜨겁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로 명명된 이 서비스는 기존에 받은 신용대출 정보를 스마트폰 앱으로 조회해 더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해준다. 

19개 은행, 18개 저축은행, 7개 카드사, 9개 캐피탈사 등 53개 금융사가 대환대출 인프라에 참여한 가운데 5월 31일 서비스가 개시됐다. 금융사에서 받은 10억 원 이하의 무보증·무담보 신용대출이 갈아타기 대상이다. 금융사 영업점 2곳 이상을 방문하고 최소 2영업일을 기다려야 했던 종전과 다르다. 대출 비교 플랫폼 앱이나 금융사 앱을 통해 간편하게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해졌다.

대환대출을 통한 ‘머니무브’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조짐이다. 6월부터는 자체 앱을 통해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사가 늘어날 예정이다. 대출 비교 플랫폼에 입점하는 금융사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쯤 가면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로까지 대환대출을 확대한다.

초반 열기가 뜨겁다. 혼선도 잦다. 플랫폼에 올라온 갈아타기 상품이 많지 않고 플랫폼별로 제휴사 수나 상품이 달라 대환대출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부 대환대출의 경우 대출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신용점수가 하락한다. 대환대출도 신규대출이라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나 연달아 다른 대출을 받아야 하는 차주라면 낮아진 신용점수가 신규대출을 받을 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지 따져 봐야 한다. 

초반 열기 뜨거우나, 잦은 혼선, 돌출 부작용, 예상 피해 대비해야

부작용도 우려된다. 좋은 일에는 흔히 방해되는 일이 생기는 법. 대환대출 플랫폼 수수료가 대출 금리에 전가되는 경우 금리 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대출 비교 플랫폼에 입점한 금융사는 대출이 성사되면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플랫폼에 내야 한다. 고객은 은행 등의 자체 앱보다 여러 금융사와 대출상품을 비교해 갈아탈 수 있는 대출비교 플랫폼으로 쏠리게 돼 있다. 

현재까지는 서비스 초기라서 대출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가 수수료를 깎아주며 입점 업체 확장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향후 입점사와 대출상품이 늘어나면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사도 지금은 시장선점을 위해 수수료보다 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인하에 신경 쓰는 형국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수료 부담을 대출 금리에 반영할 소지가 다분하다.

대환대출이 제2금융권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사 등은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그보다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2금융권에서 기껏 해놓은 대출이 대환대출을 통해 금리가 낮은 은행에 빼앗기게 되면 어찌 될까. 졸지에 업무기반이 무너지고 기관이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제도가 생각만큼 실효를 못 거둘 수도 있다. 대환대출을 통한 금리 인하 효과가 저신용자까지 미치지 못할 수 있어서다. 대출을 갈아타 이자를 아끼기 위해서는 금리가 낮은 은행권을 선호하게 마련인 터. 하지만 은행은 금리가 낮은 만큼 평가 기준이 엄격한 편이다. 은행이 대환대출 서비스 개시에 맞춰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심사 기준까지 낮출지는 미지수다.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금리 인하 효과 높이려면 신규대출에서부터 낮은 금리 적용해야

실제로 제2금융권에서 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경우보다 ‘은행 간 대출 이동’ 사례가 월등한 것으로 나타난다. 은행 대출이 나올 정도의 신용도를 갖춘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대환대출이 이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괜찮다 싶은 상품을 골라 플랫폼에서 해당 금융사 사이트로 이동해 심사를 받으면 금리가 달라져 갈아타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그래봤자 대환대출은 증상만 치료하는 사후수습용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갈 필요가 있다. 병의 근원을 찾아 완치하는 ‘원인요법’의 접근이 긴요하다. 금융당국이 의도한 대로 금융사 간 경쟁을 통해 금리 인하 효과를 내려면 신규대출에서부터 경쟁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신규대출에서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 대환대출은 할 필요가 없어진다. 

기실은 신규대출에 경쟁 원리 도입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다. 2011년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대출보증이 연계된 역경매 방식의 ‘온라인 대출장터’가 운용된 바 있다. 세계 최초로 대출 기능에 경매 기능이 결합한 시스템으로 금융사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쟁 촉진에 기여한 바 컸다. 은행 간 대출 경쟁이 활발해지고 소비자가 은행의 금리 조건을 비교해 대출을 선택할 수 있게 되자 금리 인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강맹수, 권의종 & 이군희(2012)에 따르면, 대출장터 시행으로 직·간접적 금리 인하 효과가 최대 73bps(0.73%)로 실증분석됐다. 최우수 금융상품으로 대한민국 금융대상에 올랐고 국내외 금융·산업·학계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시대를 너무 앞섰던 때문일까. 은행의 관심과 신보의 의지가 시들해지며 3년을 못 넘기고 장터 문이 닫혔다. 기껏 차려진 밥상도 못 찾아 먹은 꼴이 되고 말았다. 새것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옛것을 익히고 미루어 새것을 아는 온고지신, 신년 덕담을 넘어 정부가 삼아야 할 금과옥조 아닐까.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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