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발행도 늘면 쏠림현상으로 일반기업 회사채 소화 힘들어"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올해 한국전력의 회사채(한전채) 발행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회사채 시장에서 한전채로의 쏠림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5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전채 잔액은 68조300억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3월 말(39조6200억원)보다 72%나 늘어났다.
올해 1분기 총발행량은 8조1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조8700억원)보다 약 17% 증가했데 발행 규모는 1월 3조2000억원, 2월 2조7000억원, 3월 2조1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국전력은 공사의 자본금과 적립금 합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경영 위기 해소를 위해 긴급 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으로 6배까지 늘릴 수 있다.
다만 영업적자가 커지면 자본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한전채 발행 한도는 줄어들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보류하면서 NH투자증권은 한전의 올해 영업적자를 기존 예상치 8조60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12조6000억원으로 늘려잡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시장 내 수요가 견조해 한전채 물량이 소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은행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개인이나 법인들의 단기성 자금이 은행에서 머니마켓펀드(MMF) 및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리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한전채 수요를 확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채 발행량이 다시 늘어나면서 지난해와 같은 회사채 시장 경색 구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 한전채와 은행채 발행 규모가 늘자,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우수한 한전·은행채로 수요가 급격히 쏠리면서 일반 기업은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 정부의 채권 매입 조치 등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전으로서는 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한전채 발행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전채가 다른 카드채·회사채와 신용도 및 금리가 비슷하다면 당연히 한전채를 살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보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한전채와 함께 수요를 빨아들이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