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이하여신비율도 한 달 새 0.03%p 올라…은행 여신 건전성 ‘빨간불’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은행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이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연장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려진 부실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2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집계됐다. 한 달 전(0.08%)보다 0.01%포인트 오른 수치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 잔액으로 나누는데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생겼는지를 보여준다.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 0.04%에서 변동이 없다가 8월 0.05%로 오른 뒤, 지난해 말 0.07%까지 상승했다. 올해 1월에는 0.08%, 2월에는 0.09%로 계속 오르는 추세다.
연체율은 가계와 기업 모두 상승세다. 5대 은행의 2월 가계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7%, 기업 신규 연체율 평균은 0.10%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가계 신규 연체율 평균은 지난해 1월부터 0.04%를 유지하다가, 같은해 8월 0.05%로 오른 뒤 지난해 말에는 0.06%를 기록했다. 올해 1~2월에는 0.07%를 나타냈다.
기업 신규 연체율 평균도 지난해 1~8월 0.04~0.05% 사이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들어 점차 상승전환해 올해 1~2월 0.10%까지 올라갔다.
연체율이 오르면서 은행들의 여신건전성 지표도 나빠졌다. 5대 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 평균은 올해 2월 0.27%로, 1월 0.24%보다 0.03%포인트 높아졌다.
여신 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뉘는데,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은행 총여신 중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5대 은행의 고정이하 여신비율 평균은 지난해 9월 0.21%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1월 0.24%를 기록했고 2월의 경우 0.27%로 상승했다.
연체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기준금리 인상이다. 금리 인상과 같은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로로 파급되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보통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인상된 금리는 1년 정도 지나야 실물 경제에서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10차례에 걸쳐 인상해 당시 0.50%였던 기준금리가 지금은 3.50%로 치솟은 상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이 이루어진 탓에 잠재돼 있는 부실채권이 있다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연체율 상승세가 앞으로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 여신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