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와 직급이 낮을수록 눈치 보기 심해...동료의 업무부담, 상급자의 눈치 가장 신경써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 중인 가운데 20대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연차휴가를 6일도 채 못 쓸 정도로 연차 사용에 가장 취약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0대는 권리의식이 높아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연차를 챙길 수 있으리라는 정부의 가정과는 딴판인 결과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이달 3일부터 한 주간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 한 해 쓴 연차휴가가 '6일 미만'이라고 답한 20대(176명)가 55.1%에 달했다고 19일 밝혔다.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8일이었다는 20대 응답자는 13.6%였으며, 법정 의무 연차휴가 15일(근로기간 2년차 이상)을 모두 썼다는 응답은 9.7%에 그쳤다.
30대 역시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 미만이라는 응답이 33.8%로 가장 높았고, 40대ㆍ 50대 응답자도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 미만이었다는 응답이 각각 40.6%, 40.5%나 차지했다.
15일 이상 연차를 썼다는 응답은 40대(23.0%)와 30대(22.9%), 50대(18.9%) 순으로 꼽혀 20대는 상위 순위에 끼지 못했다.
전체 응답자 중 연차휴가 15일을 쓰지 못한 응답자가 80.6%에 달했고, 월 1회꼴이 안 되는 '12일 미만'도 66.8%나 됐다.
이 조사는 95% 신뢰수준으로 오차범위 ±3.1%p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차휴가 소진율은 76%이며, 전 직원이 모든 연차휴가를 소진하는 기업은 40.9%라는 노동부 조사 결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요새 MZ세대는 부회장 나오라, 회장 나오라고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했지만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언급인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직장갑질119는 지적했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 결과 연령대와 직급이 낮을수록, 또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동료의 업무부담(28.2%), 직장내 분위기와 조직문화(16.2%), 업무 과다(15.1%), 상급자의 눈치(12.0%)가 꼽혔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못 쓴다는 비율이 20대 응답자가 62.5%로 가장 높았는데 그 이유로는 동료의 업무부담(21.6%)과 상급자의 눈치(18.8%)가 가장 컸다.
고용형태로 보면 상용직(정규직) 응답자의 28.5%가 연간 연차휴가 사용일수가 6일 미만이었다고 답한 반면 비상용직(비정규직)은 61.0%로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주 60시간제는 주 5일 내내 오후 11시에 퇴근하거나 오후 9시에 퇴근한다면 주 6일 근무를 해야하는 근로 형태이므로 '몰아서 일하기' 법안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