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지난해 말 보험시장 유동성 위기가 금리인상과 함께 '절판마케팅'이 큰 원인이 됐다고 쓴소리했다.
안 원장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말 보험사들은 고금리 일시납 저축성 보험 출시, 후순위채 발행, RP(환매조건부채권) 매도 등으로 급하게 유동성 확보에 나서왔다.
안 원장은 지난해 말 국내 보험시장을 강타한 유동성 리스크의 원인이 10여년 전 판매했던 저축성보험에 있다고 분석했다.
생명보험사들은 2013년 2월 세제 개편을 앞두고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한 바 있다. 이 당시 판매한 저축성 보험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금이 크게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자 보험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금리를 또다시 높여 상품을 출시했다. 절판 마케팅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안 원장은 "지난해 보험시장 유동성 불안을 불러온 저축보험 만기 도래 사태를 교훈으로 '절판마케팅' 같은 단기 성과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판마케팅은 어찌보면 관행이지만 절판 뒤 시장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 리스크만 돌아올 뿐"이라며 "최근의 유동성 리스크도 결국 10년 전 절판마케팅으로 판매했던 저축보험의 만기도래로 인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연금 개혁으로 보험산업 사적안전망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보험사 역시 단기수익에서 벗어난 소비자를 위한 연금수익률 제고, 다양한 상품개발, 적극적 마케팅 등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안 원장은 향후 보험시장 환경은 단기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장기적으로 새로운 국제규범과 다변화되는 보장 수요 대응이라는 핵심 도전과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올해부터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됐고 오는 2025년부터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의무공시가 단계적으로 시행돼 보험사들은 장기적 관점의 경영 전략과 친환경·친사회 경영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올해 핵심 연구 방향으로 ▲보험시장 리스크 관리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보험시장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공급과 시장 안정'에 주목한 연구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고물가에 대응한 보험금 관리, 시장왜곡 최소화 및 취약계층 가용성 등을 위한 규제 혁신 관련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장기대체투자, 시장안정펀드 등 보험산업의 장기투자자 역할 강화를 위한 연구도 시작한다.
아울러 보험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확장성·역동성·지속가능성을 위한 사업모형 전환'에 주목한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새로운 국제규범에 관한 평가·공시 등 시장 규율 연구 및 분쟁사례를 연구하고 분쟁조정절차 개선 등 소비자 신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시장 현안 연구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 중인 센터조직에 '건강보장연구센터'를 추가해 '고령화연구센터'와 함께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대비하고 산학보험연구센터를 통해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