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5%대면 금리인상 기조 유지…11월 인상 폭은 지켜봐야"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빅스텝(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을 단행한 것과 관련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0.1%p 낮추는 한편, 가계와 기업을 합해 이자 부담을 12조2000억원 정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 2.50%p 인상이 물가 상승률을 1%p 이상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올해 1∼8월 실거래가 기준으로 3∼4%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금리가 이렇게 올라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가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이 금융불안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이 1∼2% 더해져도 물가 상승률이 4∼5%가 되면 실질소득이 감소한다"면서 "그래서 거시적으로는 일단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고 그 다음에 성장정책이라든지 이런 걸로 전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9월 이후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도 이번 '빅 스텝'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원화의 급격한 절하는 물가를 올려서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치며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국내 금리 수준이 올라가고 원/달러 환율도 높은 수준에 있는 만큼 "상투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해외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위험이 거의 없는 정부 채권으로 5∼6%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과거처럼 국내 자산에 투자해 1∼2% 수익을 올리는 때와 다른 만큼 해외 투자에 대해서는 한번 고민을 해보실 때가 됐다"고 했다.
이 총재는 1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한은이 당분간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현재 전망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5%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이 5%대라면 원인이 수요 측이든 공급 측이든, 경기를 희생하든지 간에 금리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11월 금통위에서 빅 스텝'을 단행할지, 아니면 '베이비 스텝'(0.25%p 인상)을 할지에 대해서는 내달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스탠스 등 여러 요인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금리 사이클상 기준금리 정점이 3.5% 수준이 될 것으로 보는 시장 예상에 대해서는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크게 다르지 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