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설 경우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면서다. 이 총재는 시장의 전망보다 금리 인상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이 총재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질문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경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처럼 한은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 총재가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계속 열어놨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높아져 한‧미 금리격차가 크게 벌어질 경우 원화 가치가 평가절하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2.25~2.5% 수준으로, 금리 상단이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2.5%)와 같다.
내달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p 또는 0.75%p 인상할 경우 미국 금리는 다시 한 번 한국금리보다 높아지게 된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격차가 주요 정책목표는 아니지만 금리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도 “한은은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정하지 않고 있으며,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이 정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내년 말 3%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향후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불확실성으로 국제유가 및 가스가격, 중국의 코로나 정책, 중국과 미국의 경기 둔화 등을 꼽았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안일하게 대응해 현재의 고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코로나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다만 “코로나19 직후에는 모든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우려해 완화적인 정책을 실시했으며, 그로 인해 현재 예기치 못한 고인플레가 발생하였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최근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에 대해 “한은은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정하고 있지 않으며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이 정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3일 원화가치가 달러당 1340원 수준까지 밀리자 외환 당국은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서도 “기술 발전 등으로 우리의 경쟁자(competitor)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 역할을 하며 한국이 혜택을 받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