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이 한 달 새 약 37조원이나 증발했다. 저원가성 예금에서 금융소비자가 이탈하면서 은행의 조달비용이 늘어나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는 다시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73조3602억원으로, 한달새 36조6033억원 가량 감소했다.
올 들어 5대 은행이 요구불예금 잔액은 증감을 반복하면서도 700조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달 역대 최대 수준의 감소폭을 나타내며 700조원을 밑돈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언제든 자금을 넣고 뺄 수 있는 금리 연 0.1% 수준의 저원가성 예금으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자금조달 비용, 즉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공짜 예금'인 셈이다.
최근 요구불예금이 줄어든 것은 은행권의 수신금리 경쟁에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이 예·적금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연 2.75~3%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커 예·적금으로 갈아타는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저원가성 핵심예금이 줄고 고금리 정기예금의 비중이 늘어나면 은행의 조달비용이 증가한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등의 변동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인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진다.
코픽스는 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되거나 인하되면 이를 반영해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지난달에도 코픽스는 정기예금 금리 인상 영향 등에 급등한 바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38%로 전월보다 0.40%포인트 상승했다. 상승폭은 코픽스 공시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컸다. 이에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같은 폭만큼 뛰었다.
더욱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의 영향으로 수신금리가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오는 15일 발표될 7월 코픽스 역시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고금리 예적금 수요가 늘어나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하기 시작했고, 이는 하반기 들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면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