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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강화 ‘삐끗’···현대엔지니어링, 전격 상장 철회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강화 ‘삐끗’···현대엔지니어링, 전격 상장 철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01.2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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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기업공개 철회신고서 제출…수요예측 저조에 사라진 '건설 대장주'의 꿈
크래프톤 절반도 못미쳐…HDC현산 붕괴·증시 급락 부담으로 작용한 듯...“당분간 재추진 안해”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28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건설주 투자심리 악화와 공모주 시장 침체로 주식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자 상장을 연기한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요건을 고려해 금융감독원에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작년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26일로 마감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그치는 등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일~2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100:1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대어급 공모주 중 가장 부진한 성과를 낸 크래프톤(234대 1)에 비해 절반에 못미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IPO를 통해 총 160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었다. 1200만주(75%)는 구주 매출, 400만주(25%)는 신주 모집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1주당 공모가는 5만7900~7만5700원 사이다. 다만 수요 흥행에 실패하면서 공모가는 최하단인 5만700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컸다. 

만약 공모가가 최하단으로 결정된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액은 9264억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4조6293억원에 그친다.  

수요예측 흥행 실패 요인으로는 최근 국내외 증시 불안과 공모주·건설주 투심 악화가 지목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붕괴 사고로 건설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실제 KRX건설업종 지수는 올해 들어 10% 넘게 하락했다. 아울러 미국의 조기 긴축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애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투자금 유치보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방편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주당 공모 희망 가액이 57900~757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정의선 회장은 약 4000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약 10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앞서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매각해 현금화한 6112억원과 합하면 약 1조원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회사에 필요한 신주 규모 및 기존 주주의 자금 소요 등을 고려해 구주 매출 수준을 고려했다향후 6개월 후에 보호매수물량 매도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 회장이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단순화에 활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지녀 이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계기로 그 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현대차그룹 묵은 과제인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는 크게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4%,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9%,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17.3% 보유하고 있다. 기아는 현대모비스의 최대 주주다.

이러한 순환 출자 구조에서 현대차의 최대 주주는 현대모비스가 되는데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은 0.32%에 불과하다. 이번에 확보한 현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일정 부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의 예상대로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량 확보한다면 대주주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의 구조로 단순화가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높은 구주 매출 비중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구주 매출은 기업 상장시 공모 과정에서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매물로 내놓은 것인데 구주 매출이 높다는 것은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기존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IPO가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현금 확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현대차측은 당분간 상장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공모 수요가 예상보다 많지 않았고, 최근 주식시장 상황도 악화된 점을 고려해 상장 일정을 중단키로 결정했다"며 "당분간 재추진 여부는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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