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인증 재계약 실사, 불발시 폐업 불가피···4대 거래소도 “은행 안 만나줘” 불안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실명계좌 발급 검토에 착수했다.
바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은행들과 실명계좌 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은행들이 자금세탁 사고 등의 위험이 커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십 개 거래소들이 검증을 해줄 은행조차 찾지 못해 무더기 폐쇄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이유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업비트, NH농협은행은 빗썸·코인원, 신한은행은 코빗과 실명계좌 인증 제휴 연장을 검토하기 위한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 세탁 위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부터 업비트와 평가 준비를 시작해 최근 본격적으로 서면 중심의 심사에 들어갔고, 신한은행도 이달 초부터 코빗을 서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도 빗썸과 코인원으로부터 지난 17일, 지난달 말 평가를 위한 자료를 넘겨받고 서면 평가를 시작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이 마련한 '위험평가 방안' 가이드라인(지침)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현재 '필수 요건 점검'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단계에서 은행은 해당 거래소의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금융관련법률 위반 여부, 고객별 거래내역 구분·관리 여부 등 법적 요건을 들여다본다.
또한 부도·회생·영업정지 이력, 거래소 대표자·임직원의 횡령·사기 연루 이력, 외부 해킹 발생 이력 등 사업연속성 관련 기타요건을 문서나 실사를 진행한다.
서면 평가를 통해 필수요건 점검이 마무리되면,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정량 평가) 자금세탁 위험과 내부통제 적정성 등을 평가하는 작업이 이어질 전망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9월24일까지 실명계좌 등 전제 조건을 갖춰 특금법 신고를 마치지 않으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현재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 영업 중인 4대 거래소 역시 은행 검증을 통과해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거래대금 1위의 업비트에서도 1주일 사이 약 30개 코인이 무더기로 상장 폐지되거나 원화 마켓에서 뺀 것도 검증 통과를 위한 것이다.
빗썸도 최근 실질적 소유자가 사기 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지는 등 지배구조 상 불안 요소가 있다.
군소 거래소 대부분은 실명 계좌 발급을 상담하고 평가받을 은행조차 구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3일 금융 당국과 20개 거래소의 첫 간담회에서 이들은 “실명계좌 발급을 신청하려고 해도 은행들이 만나 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