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이 20일 대변인직에서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이 대변인 사이에 메시지가 다르게 나오는 등 혼선을 빚은 직후 사퇴 표명이 이뤄졌다. '전언정치'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임명한 대변인은 혼선만 더한 채 사퇴했고, 여권에서 거론하기 시작한 이른바 '윤석열-X파일'을 두고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윤 전 총장의 대변인에 선임된 지 열흘 만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두고 일었던 ‘메시지 혼선’이 이 대변인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이동훈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측 캠프에 합류해 윤 전 총장의 입장을 대변해왔다.
이전까지 측근을 통한 다수의 입장이 나오면서 윤 전 총장의 메시지가 왜곡 과장되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자 윤 전 총장 측은 이동훈-이상록 대변인 체제로 공보 채널을 정리했다. 이 전 대변인은 "앞으로 원보이스로만 나올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두고 일었던 '메시지 혼선'이 이 대변인 사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윤 전 총장의 입당과 관련해 이 전 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네 그러셔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인터뷰가 나온 직후 입당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전 대변인은 "입당 여부는 (민심 투어) 이후 판단할 문제"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어 당일 오후 윤 전 총장이 직접 K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8일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 "손해 보더라도 천천히 결정하겠다"고 이 전 대변인의 메시지를 모두 부정했다. 윤 전 총장이 이 대변인에게 메시지 혼선 수습을 맡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정리하면서 이 대변인이 난처한 입장에 놓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대변인은 자신의 거취가 '윤석열 X파일'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이 문제가 대변인직 사퇴와 관련 있냐'는 질문에 "상관이 없다"고 답변했다.
전날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총장과 처, 장모의 의혹이 정리된 파일을 입수했다"며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구나'라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상록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은 지난 18일 저녁 두 대변인을 만나 '앞으로 국민 앞에 더 겸허하게 잘하자'고 격려했다"며 "하지만 이 전 대변인은 19일 건강 등의 사유로 더 이상 대변인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고 윤 전 총장은 아쉬운 마음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이상록 대변인은 "실수가 있었지만 잘해보자는 분위기였지, 꾸짖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입당 여부 또는 이와 관련한 메시지 수위를 놓고 윤 전 총장과 이 전 대변인이 의견 충돌을 빚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변인 사퇴로 이상록 대변인이 향후 메시지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캠프 운영에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27일 정치선언과 이후 민심투어 일정 등 빅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데 5명 안팎으로 꾸려진 캠프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