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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업계의 '언론플레이'?...앞뒤 안 맞고 속이 뻔한 가격인상 논리
라면업계의 '언론플레이'?...앞뒤 안 맞고 속이 뻔한 가격인상 논리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1.06.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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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최고 농심그룹 올 1분기 실적 결코 최악 아니다...코로나 호경기였던 작년 제외한 평년과 비교하면 큰 차이 없어
오히려 영업이익률은 평년보다 높아...농심이 매출원가 판관비 등 경비절감 노력하는지도 의문.
라면값 올린 2016년 농심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평년보다 낮아...농심 일감몰아주기, 과다한 오너가 배당과 연봉부터 반성하고 재검토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최근 들어 라면 값이나 우윳값을 올하반기쯤에는 올려야 할 것 같다거나, 올리지 않겠느냐는 투의 기사들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서민편에 서서 물가인상을 견제해줘야 할 언론들이 이런 움직임에 일부 앞장서고 있다. 기사를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언론이 앞장선다기보다 일부 언론에 자료를 흘려 미리 여론을 떠보는 일부 업체들의 '언론플레이'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무튼 언론들이 라면 값 인상요인이 커졌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작년 하반기부터 평균 30% 이상 오르고 있는 밀 옥수수 대두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때문이다. 무차별적인 원가 인상 때문에 올 1분기 농심 등 주요 라면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져 라면 값을 올리지 않을수 없다는 논리다. 라면가격을 올린 지 너무 오래됐다는 논리도 거든다. 농심라면은 지난 2016, 삼양라면은 2017년에 마지막으로 각각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이고, 맞는 논리일까? 올 1분기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56.4%, 압도적 1위 라면 메이커인 농심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들을 들여다보며 분석해본다.

농심의 지난 1분기(1~3) 영업이익률은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건 사실이다. 올 1분기 농심의 영업이익률은 4.46%로 코로나 사태와 영화 기생충 등으로 라면 경기가 아주 좋았던 작년 1분기 9.23%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0191분기 5.36%보다도 낮다. 국제 원자재 값 폭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로 보인다.

 

농심의 1분기(1~3) 영업실적 비교(연결기준 단위 억원 %)

 

20161분기

171분기

181분기

191분기

20201분기

211분기

매출

5,681

5,553

5,630

5,885

6,876

6,344

매출원가

3,872

3,682

3,833

4,070

4,594

4,425

판매관리비

1,484

1,546

1,452

1,499

1,646

1,635

영업이익

324

324

344

316

635

283

당기순이익

1,437

297

321

291

488

290

영업이익률(%)

5.70

5.83

6.11

5.36

9.23

4.46

<자료: 농심의 매년 분기보고서>

공장 제조단계의 원가인 매출원가는 설비투자비인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원재료비, 기타제조경비 등으로 구성된다. 감가상각비와 인건비는 고정비이고, 원재료비와 기타제조경비는 외부요인에 따라 변하는 변동비용인데, 국제 원자재가가 올라가면 원재료비는 오른다.

올 1분기 농심의 매출원가는 4,425억원으로, 작년 1분기 4,594억원에 비해 3.6%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매출은 작년 1분기 6,876억원에서 올 1분기 6,344억원으로 7.7%나 줄었는 데도 말이다. 매출보다 덜 준 것은 원재료비 상승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년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많이 줄고 영업이익률도 많이 떨어졌다고 해서 올 1분기 영업상황을 최악이라고 떠들어대는 것은 과하다.

농심의 영업이익이 작년 1분기 635억원에서 올 1분기 283억원으로 줄었기는 하지만 이 액수도 적은 것이 아니다. 작년 경기가 워낙 좋았던 것이지, 평년작들이었던 20191분기의 영업이익 316억원, 20171분기의 324억원 등과 비교하면 크게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분기기준 영업이익률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건 사실이지만 연간기준으로 보면 아직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2019년 전체의 영업이익률은 3.36%에 불과했고, 2018년에도 3.95%였다. 심지어 라면 값을 올렸던 2016년 영업이익률(4.04%)도 올 1분기보다 낮았다.

국제 원자재값 폭등 같은 일시적 현상을 이용해 제품가격 인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 자체가 '불순'

제조공장에서 들어가는 원가인 매출원가는 국제 원자재 동향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본사 차원의 각종 경비인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는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관리-조절이 가능하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 원자재가 폭등하는 조짐을 보였다면 웬만한 기업이라면 올해부터는 보통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농심의 올 1분기 판관비는 1,635억원으로 작년 1분기 1,646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코로나가 없어 평상시였던 20191분기 1,499억보다 136억원이나 오히려 더 늘었다. 과연 농심이 경비절감노력 등을 제대로 하고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매출 대비 판관비 비중은 올 1분기가 25.7%로 가장 높았다. 작년 1분기는 23.9%, 20191분기도 25.4%였다.

매출원가 관리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원재료비는 어쩔 수 없다해도 인건비나 감가상각비 기타제조경비 등은 절감노력 여부에 따라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제 원자재 값 폭등은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이나 테이퍼링이 본격화되면 상황은 다시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시적일 수 있는 현상을 이용해 기다렸다는 듯 제품가격 인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 자체가 불순하다 아니할 수 없다.

또 하나의 라면 값 인상 불가피 논리는 지난 2016년 마지막으로 올리고 5년째 못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되고 고질적인 농심의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문제부터 이 기회에 반성하고 재검토해 봐야

그러나 국민생활안정에 필수적인, 특히 서민층이나 젊은 세대들이 많이 먹는 주요 생필품들의 경우 5년이 아니라 10년 넘게 가격을 못 올리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정부의 직간접 통제도 있지만 자칫하면 불매운동 등 소비자들의 극심한 반발도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라면 값을 오랜만에 올려주었으면 적어도 그해 영업이익률은 평소에 비해 높아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농심의 경우는 좀 다르다. 2015년의 영업이익률은 5.41%였는데, 라면 값을 올렸던 2016년 영업이익률은 4.04%1년 사이에 무려 1.37% 포인트나 더 떨어졌다. 값을 올려주었는 데도 이익을 더 못 냈다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영업이익률은 20174.36%로 약간 올랐다가 20183.95%, 20193.36%로 오히려 더 떨어지기만 했다. 가격 인상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와 영화 기생충이 작년 영업이익률을 오히려 크게 올려주었다.

농심의 최근 6년간 경영지표(연결기준 단위 억원 %)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매출

21,816

22,170

22,082

22,364

23,439

26,397

매출원가

15,096

15,037

14,738

15,646

16,260

18,025

판매관리비

5,537

6,236

6,379

5,831

6,390

6,768

영업이익

1,182

897

963

885

788

1,602

당기순이익

1,174

1,992

906

843

710

1,490

영업이익률(%)

5.41

4.04

4.36

3.95

3.36

6.06

이익잉여금(연말기준)

15,536

17,211

17,877

18,424

18,780

20,007

현금및현금성자산(연말)

1,688

1,793

1,553

1,677

3,177

3,215

배당

231

231

231

231

231

231

<자료 농심의 매년 사업보고서>

라면 가격을 올리든 안  올리든 지난 몇 년간 농심의 영업성적을 보면 작년만 빼고는 큰 기복이 없고, 꾸준하고, 견실하다. 그동안 거의 적자를 내지 않고 이익을 꾸준히 내,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계속 늘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작년 2조원 선을 돌파했다.

2조원이나 쌓아둔 이익잉여금이 있는데, 몇 달 원자재 값 오른다고 큰 효과도 없어 보이는 라면값 올리자는 얘기부터 꺼내는 게 과연 누구나 수긍할 만큼 타당한 이야기인가.

오히려 오래되고 고질적인 농심의 내부거래 및 일감몰아주기 문제부터 이 기회에 반성하고 재검토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지난 56년 동안 라면과 스낵 한우물만 파고들어 국내에선 누구도 따라오기 어려운 식품왕국을 구축했다. 한국의 매운맛을 전세계에도 널리 알려 K푸드 신화 만들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농심 오너가 3형제. 왼쪽부터 신동원, 신동윤, 신동익 부회장

농심, 제품 원부자재 공급처를 계열사 등에 독점시키지 않고 공정 경쟁한다면 매출원가 인하 가능

그러나 농심 한 회사에 대한 농심그룹의 과다한 의존구조가 오랫동안 문제였다. 라면제품 포장지를 농심에 공급하기 위해 1973년 계열사 율촌화학을 만든 것을 시초로 라면과 스낵류 판매를 위해 1975년 메가마트를 만들었다. 라면 스프 등을 공급하기 위해 1979년에는 태경농산을 만들었다.

율촌화학의 작년 별도기준 매출은 모두 4,985억원에 달했다. 이중 농심으로부터 올린 매출은 1,83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6.7%였다. 태경농산도 작년 농심으로부터 2,1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태경농산 전체 매출의 56.9%에 달하는 규모다. 이 비중은 2019(55.5%)보다 더 높아졌다.

농심엔지니어링은 식품제조설비 전문업체로, 작년 매출이 1,285억원인데, 이중 24%313억원을 농심이 올려주었다. 광고회사 농심기획은 작년 농심 광고 독점 취급으로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심기획 전체 매출의 46.7%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계열사 혹은 오너 사기업들이 농심그룹에는 수두룩하다. 농심은 작년에 계열사들로부터 매입해준 매입액이 모두 4,251억원이었다고 사업보고서에서 밝혔다. 제품이나 상품 매입 말고 용역 등 기타매입도 작년에 671억원이나 있다. 제품과 용역을 다 합치면 농심 혼자서만 작년에 전 계열사들의 매출을 4,900억원 가까이 올려 주었다는 얘기다.

농심 측은 제품 기밀을 지키고 생산의 효율화를 위해 이런 수직계열화가 꼭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일반 공급기업들과 다른 특혜도 없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누가 봐도 기밀 보안이 꼭 필요한 제품들도 아닌데, 계열사나 가족 친지 기업들에 맡겨 일반기업의 기회를 봉쇄하고 자기들 배만 불린다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부당 일감몰아주기이고, 불공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를 떠나 제품 원부자재 공급처를 계열기업이나 오너 사기업에 독점시키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시킨다면 매출원가를 더 낮출 수 있다. 농심이 이런 노력을 얼마나 해봤는지도 궁금하다.

회사 규모에 비해 오너 일가들에 대한 과다한 배당이나 연봉도 문제다. 농심그룹의 주력기업인 농심은 작년 연결기준 매출 26,397억원에 1,4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주로 해외법인들인 종속기업들을 뺀, 별도기준 매출은 21,057억원에 당기순익도 927억원에 불과했다. 코로나와 영화 기생충 덕분에 농심제품들이 전 세계에서 많이 팔렸다는 데도 이 정도다.

"국제 원자재 값 잠시 많이 올랐다고 라면가격부터 올리자는 얘기는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

농심은 매년 231억원의 배당을 하는데, 이중 3분의 1 가량이 지주사 농심홀딩스로 간다. 작년 연결기준 684억원, 별도기준 146억원의 당기순익을 낸 농심홀딩스에서 최대주주(42.92%)인 신동원 부회장은 39억의 배당을 올 4월 받았다. 동생들인 신동윤 부회장과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부인인 신윤경씨가 12억원, 2억원씩을 각각 받았다.

또 주력기업 농심의 배당금은 고() 신춘호회장(14억원), 신동익 부회장(4억원) 등에게도 갔다. 농심 오너가가 작년 농심과 농심이 적극 밀어주는 나머지 계열사들로부터 받은 배당을 다 합치면 100억원이 훨씬 넘는다. 라면 스낵류 팔아 박하기 짝이 없는 농심의 이익 규모에 비하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들이다.

또 오너가의 연봉 규모를 보면 농심홀딩스에서 작년 신춘호 회장은 7.26억원, 신동원 부회장 7.26억원, 신동익 부회장 9억원(퇴직금 포함)의 연봉을 각각 받았다.

주력사 농심에선 신춘호 회장이 14.98억원, 신동원 부회장이 10.59억원씩의 연봉을 작년에 각각 받았다. 작년 계열사 연봉 등를 모두 합하면 신춘호 회장은 22.24억원. 신동원 부회장은 연봉이 공개되는 상장사 연봉은 20억원이지만 비상장사라 정확히 공개 안 되는 태경농산(5억원 안팎 추정), 농심엔지니어링(2억원 안팎), 농심기획, 농심개발, 호텔농심 등을 합하면 30억원선에 육박하거나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 규모가 239조원으로 농심보다 48배나 더 큰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작년 연봉은 지주사 SK에서 받은 33억원이 유일했다. 자산규모 33조원인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작년 연봉은 30.9억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요인들을 모두 감안해볼 때 국제 원자재 값이 잠시 많이 올랐다고 이 기회에 라면가격부터 올리자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 아니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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