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100대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실적악화에도 전년 수준의 투자를 집행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11조6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6.8% 증가한 35조9000억원, 투자는 11.7% 증가한 49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98개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9% 감소해 큰 격차를 보였다.
두 기업을 포함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3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0대 상장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51.3%)을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18조4000억원에 해당한다. 나머지 98개사의 영업이익(17조50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1.9% 줄었다.
한경연은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 반등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착시효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악재 속에서도 투자는 전년 대비 소폭(3.3%) 줄어, 기업들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상장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조3000억원 증가했다. 동시에 재무활동현금흐름과 현금성 자산도 각각 11조8000억원, 19조5000억원 늘었다.
이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짙어진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10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증가해 최근 5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순유출(-4조3000억원)에서 올해 순유입(3조9000억원)으로 전환됐다.
재무활동현금흐름 증가 폭(8조2000억원)은 영업활동현금흐름 증가 폭(5조9000억원)을 상회했는데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기업의 차입 의존도가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투자·고용 → 생산 → 이윤'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