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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울리는 보험사 의료자문의...보험사-의사의 부적절한 '유착'
소비자 울리는 보험사 의료자문의...보험사-의사의 부적절한 '유착'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0.11.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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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연, "보험금 지급거부-삭감 수단과 '의사 돈벌이'로 전락한 의료자문제도 폐지하고, 공동풀(Pool)제로 개선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 지난 해 4월 17일, K씨는 광주대구고속도로 사치 터널에서 연료 부족으로 정차된 차량을 발견했다. 김용선 씨는 사고 안전 조치를 취하며 도우며 2차 사고를 예방했다. 김용선 씨가 차량을 밀어 이동시키고 있는 동안 덤프트럭 한 대가 김용선 씨를 덮쳤다. 사고 여파로 왼쪽 팔과 다리에 심각한 장해를 입은 김용선 씨는 가입했던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의료자문 의사의 소견서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근력 등급을 고려할 때 능동적 관절 가동범위 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이는 1년 넘게 휠체어를 타며 병원 생활 중인 김용선 씨를 단 한 번도 대면하지 않은 익명의 자문의의 소견이었다.

# 경주에 사는 K씨는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손과 발에 영구장해를 얻었다. 보험사에 장해진단서를 제출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의료자문 의사의 소견서를 근거로 진단서상의 장해율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금 삭감을 통보했다. 사고 이후 생계가 무너지고 가족과 헤어지게 된 김정완 씨는 보험사 의료자문의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며 울분을 토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5일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시 보험사가 보험금 부지급 또는 삭감 목적으로 환자를 보지도 않고 작성하는 의료자문 소견서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개별 보험사 자문의를 폐지하거나 공동 풀(Pool)을 운영하는 등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금소연에 따르면 보험사가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22개 생명보험사, 14개 손해보험사) 38만 523건의 의료자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3만 건을 넘는 의료자문을 실시했음을 의미한다, 그중 38.2%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삭감 지급해 소비자 민원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금소연 관계자는 “의료자문 소견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예비서류일 뿐인데 보험사들이 보험금 삭감이나 부지급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라며 “이는 보험 가입자를 농락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일부 의료자문의는 보험사로부터 자문 내용 수청을 요청받고 이에 따르고 있기에, 금소연은 보험사 의료자문서는 정해진 결론에 답을 가지고 짜맞춘 것이라며 “불투명하고 부실한 ‘의료자문서’를 보험금 부지금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MBC PD수첩,보험사의 만행 공개...환자는 보험사 의료자문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기막힌 상황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한 보험사와 병원 자문의사 간 검은 커넥션을 밝힌 MBC PD 수첩

지난 3일 MBC PD수첩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보험사와 개별적으로 계약한 의사 개인은 환자의 개인정보인 진단서와 진료기록 등을 보지만, 환자는 보험사 의료자문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이다.

의료자문의 문제에 대해 MBC PD수첩이 조명하면서 반향이 커지고 있다. 이날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보험 소비자들이 알 수 없는 보험사의 의료자문를 공개하고 보험사와 보험소비자 간의 분쟁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의료자문이란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질환에 대해 전문가의 소견을 묻는 과정으로 보험금 과잉청구나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다. 즉 보험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의료자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실 전문가라 해도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의료기록만으로 한 자문은 제대로 된 평가라 할 수 없다. 심지어 당사자가 자문의를 직접 만나 진찰을 받겠다는 것도 보험사가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사들은 자문의에 대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PD수첩’은 상위 5위까지의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의료자문 현황을 살펴보고 최근 3년간 의료자문을 이유로 보험금이 조정된 비율이 최대 77.6%에 달하며 지난해에만 22,838건의 보험금이 일부 또는 전부 삭감됐다고 전했다.

이런 사실을 금융소비자연맹에서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금소연은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하기 위해 대형병원 소속 의사에게 불법적인 소견서를 연간 8만 건 넘게 발급하고, 수수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불법적인 의료자문서를 가지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소송 시 법원 신체감정의를 선임할 경우 대부분 보험사 자문의들이 맡아 보험사 편향의 감정서를 법원에 제출해 소비자들을 울렸다고 전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 "금융감독원마저도 보험사 편이 되니 보험소비자들은 믿을 곳이 없다”

금소연 조연행 회장

실제로 지난 2017년 강원도 인제군 한 계곡에서 물에 빠져 숨진 60대 남성 김 모 씨의 유족들은 고인이 가입했던 D보험에 상해 사망 보험금 5억 원을 청구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보험사는 고인의 사망 원인이 심전도계 장애라는 익명의 의사가 작성한 의료자문서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보험사는 1심에서 패소하고 2심에서 서울대 의대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유족에게 전달된 사실조회확인서는 내용뿐만 아니라 문체, 글씨, 인용 문언이나 각주까지 1심 전 결과와 동일했다. 알고 보니 사실조회에 회신한 의사가 D사 보험금 지급 거절 근거를 써준 의사와 동일인이었다.

PD수첩은 22곳의 생명보험사와 14곳의 손해보험사의 최근 5년간 의료자문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를 발표, 201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보험사들은 38만 523건의 의료자문을 했고, 자문료로 약 787억 원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또 자문의를 이용한 보험금 부지급은 보험업계에서 관행처럼 굳어졌고, 자문의 소견서로 인해 보험가입자가 사기범으로 몰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의료자문제도는 피의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상황을 만들기도 해, 자문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실명 공개 등이 필요하지만 보험가입자를 위한 입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발의하고 추진한 박대동 전 새누리당 의원은 삼성화재 사외이사로 발탁됐다.

금소연은 보험사별 의료자문 실태 공개와 더불어 전문의학회를 선정해 공신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소연 조연행 회장은 “공정해야 할 자문의사들이 보험사가 주는 수당에 눈이 멀어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적어주는 소견서 때문에 선량한 보험소비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감독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이 금융감독원인데 이들마저도 보험사 편이 되니 보험소비자들은 믿을 곳이 없다”라며, “하루빨리 공정하고 합당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는 자문의와 손해사정제도가 확립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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