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정치인이 가장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은퇴다. 은퇴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은퇴하면 언론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다. 아무리 거물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 현직을 떠나려고 하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다를 것 같다. 그의 독특한 캐릭터와 함께 여권의 권력구도 때문이다.
22일 서울 조선호텔서 열린 이해찬 만화 출판기념회에 실세들이 모였다. 이해찬의 위상을 말해준다고 할까. 참석 인원은 코로나 때문에 45명으로 제한했다고 한다. 청와대만 빼고 힘 깨나 쓰는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이해찬과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 이낙연 민주당 대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이 참석해 축하를 해주었다.
모두 이해찬 찬가를 불렀다. 칭송에 가까웠다. 그가 대표에서는 물러났지만 영향력이 식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22년 대선에서도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 할 것이다. 퇴물 정치인이 아니어서 그렇다. 이해찬의 당 안팎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추미애 법무장관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선 데도 이해찬의 역할이 없지 않았다. 이해찬이 김어준 방송에서 추미애 감싸기를 하자마자 너도 나도 나서 추미애를 옹호했다.
출판기념회에서 한 말들을 들어보자. 덕담 이상의 메시지가 읽힌다. 이낙연 대표는 “이 전 대표가 철길을 잘 깔아놔서 저는 그냥 편안하게 달리기만 하면 돼 행운”이라며 “조용필 다음에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불운하다고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해찬 대표 뒤를 따라다니는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더 이상의 찬사가 있을 수 없다.
이해찬이 주장하는 20년 집권도 나왔다. 이동걸 회장은 "이 전 대표가 당대표를 맡으시며 정말 많은 일을 하셨다"면서 "저한테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말 중 하나는 '우리가 20년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 등을 하시면서 민주정부가 벽돌 하나하나 쌓아 열심히 쌓아 놓으면 그게 얼마나 빨리 허물어지는지 보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책은행장이 이처럼 정치색 짙은 발언을 하자 당장 야당이 반발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국책은행이 그럼 (민주당이) 20년 재집권을 하는 데 도와주겠다는 것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 회장은 연임해 이같은 오해를 살 만하다. 이해찬은 이런 분위기도 즐기려 들 터. 정치인의 욕심은 끝이 없다. 누구나 할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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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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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