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시중에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등 저금리 여파에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자금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6월말 기준 약 1273조66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을 포괄하는 M1(협의통화) 1058조1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 135조원,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 등 29조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5조3600억원,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46조20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단기 부동자금이 지난해 12월말 기준 1089조원에서 올 3월 1148조원을 거쳐 3개월 만에 1200조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3개월 간 늘어난 부동자금 규모는 125조6000억원으로 월평균 42조원꼴로 지난 3월까지 평균 20조원씩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세가 두 배 가량 뛰었다.
한은이 발표한 7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0.82%로 전월대비 0.07%포인트 떨어졌고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도 0.94%로 하락해 첫 0%대로 내려갔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0%대에 진입한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저금리 기조에 시중에 넘치는 자금이 부동산이나 증시로 몰리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고 있다.
코스피가 2300선을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행렬에도 개미들의 매수세는 끊이질 않고 있으며 최근 진행된 기업공개(IPO) 청약에는 거액의 증거금이 몰리는 등 투자 '광풍'이 일기도 했다.
김현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광의통화 증가율이 지속 상승하고 있고 코스피와 코스닥 합산 이용거래융자는 16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며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주식시장에 머무르면서 시장 거래대금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주택 매수세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집값 오름세가 여전해 관망하던 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 펀드'에 시중 부동자금이 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부동산 등으로 쏠리는 시중 유동성을 보다 생산적인 투자처로 흐르게 만들기 위해 정부가 5년간 20조원 규모로 조성키로한 정책형 뉴딜펀드는 원금에 최소 연 1.5%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 수익률로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