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니꺼냐”...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나라가 니꺼냐”...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 이도선
  • 승인 2020.08.0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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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선 칼럼] “나라가 니꺼냐”는 최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실검) 상위에 오른 이색 구호다. 집값을 폭등시켜 놓고 집값 잡는다는 구실로 세금을 마구 올리자 민심이 폭발했다. 아무리 선거로 정권을 잡았다 해도 민주적 절차나 사회적 합의를 외면하고 국정을 농단하면 안 된다는 준엄한 경고다.

서울 시내에서 주말마다 촛불 시위가 벌어지고, ‘문재인 자리’라고 적힌 사무용 의자에 신발을 벗어 던지며 현직 대통령을 모독하는 행위도 연출됐다. 급기야 3년 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판결 주문을 흉내내 ‘문재인을 파면한다’는 구호가 실검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현 정권 3년여 동안 정책 실패가 수없이 거듭됐지만 최악은 부동산이다. 무려 22건에 이르는 대책은 내놓는 족족 망했다. 당초 서울 강남을 겨냥했으나 외려 집값 폭등세가 강북과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특히 소형 아파트 값이 많이 올라 소박한 내 집 마련 꿈을 짓밟은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전월세도 덩달아 뛰는 통에 집 없는 이들 걱정이 태산이다. ‘강남 부자들’ 손보려다 애먼 서민들에게 감당 못할 고통을 떠안긴 꼴이다. 항간에서 “차라리 정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있는 게 최선책”이라고 비아냥댈 만도 하다. 심지어 집 없는 사람들 표를 의식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집값 대란을 유도한다는 그럴 듯한 분석도 떠돈다.

그런데도 정부는 또 ‘남 탓’ 타령이다. 전 정권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세계적 과잉 유동성이 집값 불안의 주범이란다. 집권 3년을 넘기고도 전 정권 탓하는 게 대책을 30번씩 퍼붓고도 투기 광풍을 잠재우지 못한 채 임기 5년 내내 전 정권을 탓한 노무현 정권을 빼닮았다.

과잉 유동성이 세계적 현상인데도 유독 우리나라만 부동산으로 난리라면 뭔가 잘못됐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동산 대책은 4번뿐이고, 서울 아파트값은 11%만 올랐다며 전 국민을 대놓고 우롱하는 것도 목불인견이다.

정부는 공룡 여당을 앞세워 국회 토론 절차도 무시한 채 위헌 소지가 큰 ‘임대차 3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고, 그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하루 뒤 긴급국무회의를 거쳐 시행에 들어갔다. 국회 법사위 상정 이틀 만에 해치운 유례없는 폭거다. 이로써 23번째 대책이 완성됐고, 곧 용적률 상향을 포함한 24번째 대책이 나올 모양이지만, 집값 상승세는 쉬이 꺾이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여전히 대세다.

정부의 고강도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 집값은 7월에도 가파르게 올랐다. TV 토론 후 마이크가 미처 꺼지지 않은 것을 깜박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렇게 해도 (집값은) 안 떨어질 것”이라고 한 예언이 적중한 셈이다.

현 정부처럼 부동산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뚝딱 만들어 내던지는 대책은 번번이 폭망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재산의 80%를 묻어 둔 부동산은 수급 상황과 파급효과 등을 정치하게 고려해 정책을 세워야 뒤탈이 없다. 집 있는 사람은 죄인 취급하며 세금이나 뜯을 봉으로 여기는 정부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공급이 부족한 강남은 칭칭 묶어 두고 엉뚱한 곳에 신도시 지어 강남 집값 잡겠다는 것은 무지의 소치 아니면 대국민 기만이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린벨트를 곧 풀 것처럼 떠들어 해당 지역 땅값을 들썩이게 하더니 돌연 없던 일로 돌리고, 여당 원내총무는 느닷없는 행정수도 이전론으로 세종시 집값을 끌어올리는 식의 중구난방도 문제다. 하다하다 법무장관까지 ‘부동산-금융 분리’란 듣보잡 이론으로 끼어드니 배가 산으로 안 가는 게 이상하다.

부동산으로 폭발한 민심은 곧장 정권을 겨눌 태세다. 하긴 집권 이래 한 일이라곤 편가르기가 전부인 정권에 뭘 기대하겠는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대통령 취임사부터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한때 ‘조적조’란 신조어가 유행했지만 진짜 원조는 ‘문적문’인지 모른다. ‘5대 비리 관련자 고위 공직 배제’란 대선 공약은 조각(組閣) 때부터 걸레가 됐다.

집값은 확실히 잡겠다더니 대란을 일으켰고, ‘페미니스트 대통령’ 공약은 까맣게 잊었는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도 ‘난 모르쇠’다. 지난해 7월 윤석렬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도 순전히 빈말이었고, 이젠 월성원전 조기 폐쇄의 부당성을 파헤치는 최재형 감사원장을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최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민생을 파탄으로 이끄는 정권에 대해 그것은 아니라는 확실한 목소리로 거부해야 한다”며 국민이 나설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임대차 3법’으로 북한 못지않은 1당 독재의 위력을 과시한 정권은 머잖아 땅은 국가 소유로 귀속시키고 집은 국가가 배급한다고 나설 판이다.

바로 사회주의 체제다. 그게 싫다면 국민이 너나없이 떨쳐나서야 한다. 민심이 천심이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는 산발적 저항을 조직화하는 게 급선무다. 어쩌면 부동산 시위가 그 촉매일 수도 있다.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조국을 망치지 않고 물려주려면 더 이상 주저하면 안 된다.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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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도선 ( yds29100@gmail.com )

언론인,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운영위원
(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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