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옵티머스 사태’...허술한 규제가 허망한 사기 불렀다
일파만파 ‘옵티머스 사태’...허술한 규제가 허망한 사기 불렀다
  • 권의종
  • 승인 2020.07.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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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제도 개선 시급... 피해 확산 차단, 모니터링 체제 구축, 진입 장벽 높이기 서둘러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시장이 복마전이다. 속고 속이는 야바위판이다. 선진 금융 기법인 사모펀드가 신종 사기 수법으로 전락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희대의 ‘옵티머스 사태’가 몰고 온 파문이 거세다.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라임 사태와는 비교조차 안 된다. 수법이 훨씬 충격적이고 한층 대담하다. ‘사기 끝판왕’이라는 칭호에 걸맞다. 일부 개인과 회사의 일탈에서 빚어진 일이긴 하나, 제도적 결함에도 기인하는 바 크다.

허술한 구조가 허망한 구상을 불렀다. 내막을 캐려면 복잡한 사모펀드 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 추후 실상이 밝혀지겠으나, 그간 드러난 사실과 정황 만으로도 대강의 추론은 가능하다. 사모펀드 투자에는 4개의 주체가 관여한다. 펀드 상품을 기획하는 운용사, 펀드를 팔아 투자금을 모으는 판매사, 들어온 자금을 보관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수탁사, 펀드의 기준 가격을 산정하는 사무관리사 등이다. 

옵티머스의 경우 판매사는 주로 NH투자증권이, 수탁사는 하나은행이, 사무관리사는 예탁결제원에서 맡았다. 옵티머스는 사모펀드에 관련된 투자 정보를 운용사만 알고,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사 등 나머지 주체들로서는 알 수 없게 되어있는 구조상 허점을 노렸다. 사모펀드의 느슨한 규제 구조에 무지하고 무책임한 수탁사와 사무관리사를 끌어들여 범죄 행각을 완성했던 것이다.

수탁사와 맺은 규약에는 펀드가 살 수 있는 자산으로 ‘공공기관 매출채권’뿐 아니라 ‘사모채권’까지 끼워 넣었다. '투자금의 95% 이상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한다'는 투자제안서와는 다른 내용이었다. 멋모르는 수탁사는 옵티머스가 지시한대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비상장사 사모채권’을 사들였다. 옵티머스는 투자 대상을 속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투자금의 일부를 빼돌렸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출귀몰 수법...느슨한 규제 구조에 무지·무책임한 수탁사, 사무관리사 끌어들여 범죄 행각

정보는 사무관리사에도 공유되지 않았다. 사무관리사는 투자한 부실 자산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기재된 것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았다. 요청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도 없이 운용사가 알려주는 대로 내용을 곧이곧대로 회계시스템에 등록했다. 어쨌거나 잘못된 정보가 허위로 제공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구사한 수법이 실로 교묘하다. 신출귀몰의 재주다. 여태껏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은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할 정도다. 추측컨대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범행을 작심한 듯 하다. 2017년 6월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발행한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1년 미만의 사모펀드임을 내세워 투자금을 끌어 모은 저의부터 상당한 의심이 간다.

투자 대상이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이라 안정적이고, 저금리 시대에 연 3%대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데 어느 누가 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요는 당연히 클 수 밖에 없었다. 발행 초기부터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로부터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증권사들이 앞 다퉈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3년 동안 2조 원이 넘는 투자금이 모집되었다.

악행은 언젠가 꼬리가 잡히는 법. 신규 투자금으로 계속 '돌려막기'를 해오던 중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투자가 위축되면서 사달이 났다. 지난 6월 중순 옵티머스가 증권사에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의 ‘환매 연기’를 통보하면서 사고가 터졌다. 이미 1조5,000억원 가량은 환매가 이뤄졌으나 최근시점 기준 약 5,200억원이 남아있다. 이중 1,056억원이 환매가 연기되었고 나머지 만기 미도래 금액도 회수가 불투명한 상태다.

투자자의 대오각성 필요...금융에선 믿을 사람 하나 없고 결정과 책임은 오롯이 자신 만의 몫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손봐야 한다. 앞으로라도 더 많은 소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범죄가 솟아난 틈새부터 메우는 게 급선무다. 사모펀드도 공모펀드와 같이 관련 주체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상시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즉각 가동시켜야 한다. 운용사에 대해 판매사와 수탁사, 사무관리사가 감시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령의 개정도 서둘러야 한다.

추가 피해의 확산도 차단해야 한다. 다른 사모펀드 중에서 옵티머스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긴급 점검에 나서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230개 운용사 및 1만여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밝혔다. 만시지탄이나 시의적절하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사모펀드 운용사 52곳에 대해 서면조사를 벌였으나 성과가 없었다. 이참에 철저한 조사를 통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진입 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에는 어느 정도의 손실 위험을 감당할만한 투자자만 참여시키는 게 맞다. 고수익·고위험 시장에 서민 돈까지 끌어들이는 일은 위험천만하다. 거액 투자를 유인하려는 사모펀드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또한 운용사의 자본금 요건을 높여 전문성이 뒤지고 불안정한 운용사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 요즘처럼 펀드 시장이 어지러워진 데는 전문사모운용사의 자본금 최저기준을 6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춘 것과도 무관치 않다.

투자자도 대오각성해야 한다. 금융거래와 투자 결정은 전적으로 자기책임 하에 행해야 한다. 운용사나 판매사만 믿으면 안 된다. 그들 역시 돈벌이에 목맨 한낱 상인에 불과하다. 과장과 왜곡의 개연성이 상존한다. 불완전판매나 유동성 관리 실패, 경영진의 횡령과 사기가 끊이지 않는 작금의 금융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경제 행위에서 그러하듯 금융에서도 믿을 사람 하나 없다. 결정과 책임은 오롯이 자신 만의 몫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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