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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든 성배'?...정몽규 HDC 회장, 아시아나 인수 포기하나
'독이 든 성배'?...정몽규 HDC 회장, 아시아나 인수 포기하나
  • 강승조 기자
  • 승인 2020.06.0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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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채권단에 재협상 요구...'승자의 저주' 논란 속 가격 낮추기? 아니면 손절매 수순?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점점 지루한 줄다리기로 접어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점점 지루한 줄다리기로 접어들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풀기 어려운 복잡한 퍼즐로 치닫고 있다.

현산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을 재점검하고 인수조건을 재협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2주 전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고 압박한 데 따른 회신인 셈이다.

현산이 재협의를 요구한 것에 대해 물밑 협상을 통해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과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 "산은 등 계약 당사자들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되길 희망한다"며 채권단 역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인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국내외 로펌을 고용해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인수자금 조달계획에 따라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금융기관 대출 등을 차질없이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내에 미래혁신준비단을 출범해 인수 준비에 매진하고 있으며 부문별로 외부 전문기관을 선임해 상당한 규모의 비용과 인원을 투입해 인수 후 통합(PMI)에 필요한 여러 컨설팅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 인사·조직통합 전문 컨설팅사 콘페리헤이그룹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EY한영회계법인과 회계 관련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고 열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 고사 위기..."아시아나 매각 위해선 재협상 필요하다" 분위기

하지만 그 동안의 인수 노력 강조가 동시에 인수가 불발될 경우 책임이 현산에 없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현산이 이날 채권단에 구체적인 재협상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그러한 추축에 무게감을 준다.

현산은 장문의 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 인수 체결 이후 크게 악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계약 체결 후 불과 5개월 사이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무려 4조5000억원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작년 6월 말 대비 16126% 급증하는 등 재무 상태가 악화했음을 지적했다.

1분기 말 현재 자본총계도 작년 6월 말보다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당기순손실도 모두 8000억원 이상 확대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인수 계약 후 아시아나항공이 4월 현산 컨소시엄에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정관 변경, 임시주주총회 개최 계획 등을 통보했지만, 사전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이를 승인하고 부실 계열사에 1400억원 지원을 통보한 것도 문제 삼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11회 공문 등을 통해 정확한 현재 재무 상태와 전망 등 자료를 요구했으나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산은과 협의를 반기며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는 것은 인수 계약의 주체는 금호산업이지만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산은 등 채권단과 물밑 협상을 통해 인수 조건을 바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산은 내부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고사 위기인 상황에서 아시아나 매각을 위해서는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있어 추후 양측이 재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몽규 HDC 회장

현산, 아시아나 인수 득실 따지면서 결국 '승자의 독배' 피하기 위해 인수 포기할 가능성

다만 재협상을 시작하더라도 입장 차이가 커 매각이 결국 무산되고,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워크아웃에 들어갈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아시아나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선뜻 인수할 또 다른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만큼 세부 조건을 놓고 채권단과 현대산업개발 측이 당분간은 줄다리기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의 기업 결합 심사 등 선결 조건에 따라 올 연말로 거래 종결 시한이 늦춰질 수 있다. 최장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 27일까지로, 재협상을 기점으로 인수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그런 와중에 현산이 썩 만족하는 조건을 끌어내지 못하면 인수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도 다분히 존재한다.

지난해 말 기준 현산의 현금성 자산은 약 1조53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견고한 펀더멘탈에 업계 평균 이상의 이익율로 재무건전성을 갖춘 현산이지만 아시아나 인수금액 2조4000억은 전혀 가능성이 없고 여기에 1조 이상을 깎는다고 해도 부담스런 금액일 수밖에 없다. 현산이 항공 수요의 회복이 요원한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 인수를 선뜻 결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산이 아시아나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시아나 인수의 득실을 다시 따지면서 결국 '승자의 독배'를 피하기 위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장문의 발표는 "이를 위한 수순 밟기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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