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래에셋의 미국 호텔 인수가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객이 급감하면서 호텔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협상 과정이 난항이고 미래에셋의 자금 조달마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이 미국 호텔들을 매각하기로 한 중국 안방보험 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중국 안방(安邦) 보험이 미국 내 15개 고급 호텔을 매각하기로 지난해 합의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계약 이행의 완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안방보험 측이 미래에셋글로벌인베스트먼트가 호텔 인수 대금 지불기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같은 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수 대금은 58억 달러(약 7조1000억원) 규모로 당초 계약은 4월 17일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앞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내 15개 호텔을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 측이 인수할 호텔은 안방보험이 지난 2016년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매입한 부동산들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호텔 인수 완료 후 소유권은 넘겨받지만, 호텔 운영은 그대로 현재의 운영사에 맡길 예정이었다.
미국 9개 도시에 분포된 이들 호텔 중에는 뉴욕의 JW메리어트 에식스 하우스 호텔, 와이오밍 잭슨홀의 포시즌스 호텔, 샌프란시스코의 웨스틴 호텔, 실리콘밸리의 포시즌스 호텔 등 최고급 호텔이 포함돼 있다. 인수 대상인 15개 호텔 중 2개는 폐쇄된 상태이며, 나머지 13개는 축소운영 중이라고 전해졌다.
안방보험의 소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4월 17일까지였던 대금 지불 기일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통신은 안방보험 측을 인용, 미래에셋 측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자금 조달과 관련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래에셋 측이 안방보험에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당장 용이하지 않아 계약을 마무리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기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경색되면서 미래에셋 측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래에셋은 이미 납부한 계약금 7000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현지 투자은행(IB)를 통한 담보대출로 조달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금융시장이 유동성 경색 국면으로 흘러가면서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국 현지 주요 도시들 봉쇄로 유망자산으로 꼽히던 호텔 사업도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재산가치 하락으로 담보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호텔 투자에 자금을 빌려줄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셋 측은 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상황이 급변해서 인수계약 완료 시점 등 세부 조건을 계속 협의하는 중"이라며 "인수 자금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 계약 완료를 위해서는 매도자가 선제적으로 이행해야 할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확인이 지연돼서 매도자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소송 내용이 현재 확인되는 대로 성실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의 미국 15개 호텔 인수는 국내 금융회사가 추진한 대체투자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이 같은 7조원의 파격적인 투자는 박현주 회장의 결단력이 바탕이 됐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등 숙박 산업이 타격을 입은데다 향후 상당 기간 고전이 예상되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인수한 아시아나항공도 항공업 침체로 자금 압박이 상당한 상황에서 미래에셋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