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구독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 1위 OTT(Over The Top) 사업자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료 요구에 소송으로 답했다.
14일 IT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트래픽과 관련해 넷플릭스가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해달라며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낸 것이다.
양쪽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의 방송통신위원회 중재 요청을 시작으로 이어져오다 의견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 판단한 넷플릭스가 결국 소송전의 불씨를 당긴 것이다.
논란의 핵심인 ‘망 이용료’는 국내 통신사의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치러야 하는 이용 요금이다. SK브로드밴드를 필두로 하는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들은 콘텐츠 공급자(CP)인 넷플릭스에게 “국내 인터넷망을 이용했으면 비용을 내라”며 넷플릭스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는 캐시서버 설치 등으로 “트래픽 과부화 문제는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내 ISP들 주장의 요지는 넷플릭스가 캐시서버(OCA)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비용뿐 아니라 트래픽 소모에 따른 망 사용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넷플릭스가 높은 화질의 동영상을 제공하기 위해 트래픽에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유료가입자는 2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넷플릭스와 망 이용 계약을 맺은 ISP는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딜라이브 3곳이다. SK브로드밴드와 KT는 협상 중이었지만, SK브로드밴드는 소송전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럴 이유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7일 “쾌적한 인터넷 환경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ISP에게 ‘오픈 커넥트’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 커넥트는 전 세계 통신사 네트워크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인기가 높은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두는 프로그램이다. 이 작업을 트래픽이 많은 낮 시간대를 피해 그보다 앞선 새벽 시간에 주로 한다고 해서 ‘넷플릭스 새벽 배송’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이 캐시서버 덕에 트래픽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귀책 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망 이용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반발한다. 먼 거리로 인해 발생했던 높은 데이터 비용을 아끼고, 끊기지 않는 고품질의 영상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가 이미 통신비로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상황에서 CP에게까지 그 책임을 물리는 것은 ‘이중 청구’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내 ISP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물론 페이스북 역시 캐시서버를 통해 트래픽 분산을 도모하고 있지만, 망 이용료는 별도로 내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LGU+·LG헬로·딜라이브와의 협력 사례와 마찬가지로 수차례에 걸쳐 SK브로드밴드에 협력을 제안해왔다”며 “부득이 소를 진행하게 됐지만 SK브로드밴드와 공동의 소비자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협력 방안도 지속해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급증하는 트래픽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전달받으면 검토해 후속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방통위 중재도 중단된다. 방통위는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소송 제기에 따라 관련 재정 절차를 모두 중단한다고 같은 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중재안을 만들기 위해 양사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소송을 낸 것”이라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소송이 제기돼 관련 재정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최종적으로 중재안을 마련해 다음 달 전체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지만, 이제 소송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