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업황 호조를 이어갔던 증권업계가 최근 ‘코로나19발’ 금융 불안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증권사들의 새 먹거리로 부상했던 기업금융(IB) 부문이 오히려 실적을 깎아먹으면서, 특히나 IB 비중이 큰 대형 증권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있는 주요 증권사 6곳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10일 기준 6389억 원으로 전 달 대비 39.69% 급감했다. 순이익 합계는 8558억 원에서 4028억 원으로 줄어 한 달만에 반 토막 났다.
최근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급성장한 부동산 대체투자 부문에서도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한국금융지주의 순이익이 757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71.0% 감소했다.
NH투자증권 역시 순이익이 1716억 원에서 590억 원으로 65.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그 외 삼성증권(-62.9%), 미래에셋대우(-51.0%)도 일제히 작년 대비 순이익이 역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시 거래 점유율 1위 증권사 키움증권도 피해를 면치 못했다. 1분기 순이익이 작년보다 67% 급감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같은 역성장 기조에는 주요 증권사들의 IB 실적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IB는 증권사들이 기업을 상대로 상장 주선이나 인수합병(M&A), 금융자문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영업 부문이다.
IB는 주식이나 채권의 운용에 따라 수익률을 내는 브로커리지나 트레이딩과 달리, 증시의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증시 급등락 속에서도 증권사들의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IB 관련 영업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특히나 해당 부문 비중이 압도적인 대형 증권사들은 실적에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각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증권업계의 영업이익 가운데 IB 부문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의 IB 부문 영업이익은 3510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48.22%를 차지해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KB증권 역시 IB 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46.08%로 가장 컸으며, 순이익 비중도 60%에 육박했다.
업계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여파로 IB 관련 거래 및 실사가 잇따라 연기된 가운데 증권사들이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증권사들의 유동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증권사 이익 성장의 핵심이었던 IB와 트레이딩 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함에 따라 1분기 증권사 실적은 매우 부진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