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내가 순진한 탓인가. 나는 민주당이 손혜원 기소에 대해 무슨 말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입을 닫았다. 침묵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이번 민주당의 침묵은 비겁하다. 손혜원이 기자회견을 할 때 원내대표가 배석했던 바로 그 민주당이다. 그런 기자회견도 처음 보았다. 손혜원의 위상을 읽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손혜원은 공공의 적이 되다시피 했다. 민주당만 유독 손혜원을 감쌌다. 손혜원은 초선 임에도 불구하고, 거침이 없었다. 정청래 전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고,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뒤에는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여사와 손 의원은 절친이다.
18일 손혜원이 기소되자 야당은 공격을 퍼부었다. 그것은 당연하다. 큰소리 떵떵 치면서 부동산 투기가 사실로 드러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던 손혜원이다.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게 마땅하다. 민주당은 가만히 있었다. 자기네가 한 짓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당 지도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대변인도 논평 한 줄 발표하지 않았다.
한국당 의원이 막말이라도 하나 하면 벌떼처럼 일어났던 그들이다.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욕을 먹는 이유다. 정작 말을 할 상황인데도 하지 않으니 말이다. 검찰 수사 결과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어찌보면 비리의 종합판 같았다. 손 의원에게 부동산을 소개해준 사람도, 손 의원의 보좌관도 함께 기소됐다. 짜고 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 의원에게 부동산을 소개해준 사람이 목포시의 보안자료를 절취했다거나, 손 의원의 보좌관이 해당 자료 내용을 누설했다는 등의 내용은 처음 드러난 사실이다. 손 의원을 둘러싼 민주당의 분위기에 대해 한 핵심 관계자는 “당장 ‘핫’한 이슈가 아니고, 꾸준히 논란이 돼온 것도 아니라서 대체로 관심이 없다. 이제는 당적이 있는 민주당 사람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의도가 읽힌다.
지난 1월 20일, 손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할 때와는 180도 바뀌었다. 당의 2인자인 원내대표이자 친문 핵심 중 한 명인 홍영표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에 함께해 논란이 됐다. 손 의원은 홍 전 원내대표의 어깨를 짚기도 했다. “수고했다”며 도닥거리는 인상을 주었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당으로서는 탈당을 만류했지만, 손 의원이 탈당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고 두둔했다.
이쯤되면 뭐라고 한마디라도 해야 정상 아니겠는가. 최소한 유감 표명은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반면 손혜원은 끝까지 적반하장이다. 검찰의 수사가 잘못 됐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얼굴 두껍기로는 대한민국 1등이다. “이제 재판에서 차명 사실이 드러나면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말을 바꾸는 데도 선수다. 이런 국회의원은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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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