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불황’-‘금융은 초호황’...금융산업, 지금 돈잔치 벌이나
‘경제는 불황’-‘금융은 초호황’...금융산업, 지금 돈잔치 벌이나
  • 권의종
  • 승인 2019.01.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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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이론 아닌 실천...거시경제 여건 변화와 소비자 실정에 맞는 건전한 금융 중개 기능 시급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경제는 불황’인데 ‘금융은 호황’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년래 최저치에 그친데 비해 금융산업은 사상 초유의 호황이다. 때마침 전해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의 낭보도 고달픈 서민에게는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성취 체감은커녕 희망 부재의 공허한 메아리로 와 닿는다. 실물부문의 성장 과실이 금융부문에만 쏠리는 꼴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가 큰 원인이다. 실제로 예대금리 간의 차이가 지나치다는 평가다. 지난해 11월 기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3.69%에 달한데 비해 예금금리는 1.36%에 불과하다. 무려 3배 가까운 격차다. 수익성으로 따지면 원가 대비 이익률이 1.7배가 넘는다. 배보다 배꼽이 큰 장사다. 요즘 세상에 이만한 대박이 없다.

신용도에 따른 차별화도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 쪽이 극심하다. 예금금리는 예금자별 차이가 기껏해야 0.1% 전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대출금리는 신용도별 금리 수준은 가히 천양지차다. 담보가 없거나 신용도가 취약한 차주들은 사채 수준의 고금리를 물어야 한다. 그러고도 은행 돈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현대판 샤일록’. ‘약탈적 금융’의 표현이 범람하는 까닭이다.

이 정도는 금융소비자들도 다 안다. 하지만 불합리한 대출금리 산정구조까지 알고 나면 평정심을 유지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전국은행연합회가 변동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를 산출할 때 ‘꼼수’를 부려왔다. 코픽스란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감안하여 산출되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수를 일컫는다.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가 더해져 대출금리가 책정되는 구조다.

‘금융만 호황’ 현상은 대출이자 ‘꼼수’ 속 과다한 예대마진 덕분...뒷짐 진 정부는 ‘뒷북 행정’

여기에 중대한 결함이 숨어 있다. 코픽스 산정과정에서 예금 비중은 높으나 금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예금, 정부·한은 차입금 등은 아예 쏙 빼고 계산해왔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대출원가가 그만큼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 바람에 애먼 소비자들만 근거도 모른 채 더 많은 대출이자를 부담해야 했다. 호갱이 되고 말았다.

이를 모를 리 없던 금융당국이 뒤늦게야 팔을 걷어붙였다. 코픽스 계산 방식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조달 원가가 낮은 이들 자금들을 산식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코픽스 체계를 제정, 오는 7월부터 시행을 밝혔다. 그렇게 될 경우 대출금리가 기존에 비해 0.27%포인트 떨어질 거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만시지탄이나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4월부터는 변동금리 대출의 중도상환 수수료도 낮추겠다는 발표다. 은행은 대출 후 3년 내 상환이 발생하면 상환액의 1.0% 내외를 수수료로 여태껏 부과해왔다. 소비자가 중도에 상환해도 은행의 이자 손실이 거의 발생치 않는 변동금리 대출 상품에도 고정금리 대출과 동일한 수수료를 물려 왔다. 앞으로는 담보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는 평균 0.2~0.3%포인트, 신용대출은 0.1~ 0.2%포인트 낮아질 거라는 추산이다.

금융 호황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은행 내부적으로 수익 배분을 늘려달라는 구성원들의 성화가 빗발친다. 일부 은행 노조는 파업이라는 극단적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 은행들마다 임금 인상, 보로금·시간외 수당 인상 등 ‘돈문제’로 노사간 협상이 치열하다. 금융노조는 한술 더 뜨고 있다. 대형 상급단체 노조 중 처음으로 ‘주4일 근무’를 올해 사업목표 안건으로 의결했다.

금융부문, 경제-소비자에 친화적인 사회적 공기(公器)로 거듭나야 국민도 살고 금융도 번창

은행원들의 노고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은 당연하다. 다만 과도한 요구는 금물이다. 게다가 시점도 좋지 못하다. 누울 자리보고 발 펴랬다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금융권만의 돈잔치는 누가 봐도 볼썽사납다. 국민적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다. 수백 퍼센트의 성과급, 최고 39개월분 급여만큼의 명예퇴직금 지불은 되레 반감만 살 소지가 크다.

금융산업이 당면한 현실과 다가올 미래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인공지능, 핀테크 등이 일상화될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뉴 노멀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첨단의 경쟁력 확보와 뼈 깎는 자구노력 선행이 긴요한 시점이다. 최근 제3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관심을 내비치는 기업들이 적은 것도 금융의 앞날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증표다.

여기에는 금융산업에 대한 높은 규제 탓도 있겠으나 그 보다는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예전만큼 사업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잠재적 신청자로 꼽혔던 일부 기업들이 대만이나 일본 등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을 검토한다는 소식만 봐도 사업성면에서 해외 금융환경이 국내보다 낫다고 여기는 듯하다.

실물부문과 금융부문는 국민경제를 견인하는 수레의 두 바퀴다. 한 바퀴만으로 수레를 움직일 수 없다. 양 부문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국가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은 실현되기 어렵다. 고객 없는 금융산업도 존립이 불가능하다. 금융부문이 거시경제 여건 변화와 금융소비자 실정에 맞는 건전한 금융중개 기능을 확립해야 하는 근원적 이유다. 금융은 이론(theory)이 아닌 실천(practice)이다. 금융산업이 경제와 소비자 친화적인 사회적 공기(公器)로 거듭날 때 경제도 살고 금융도 번창한다. 대한민국 금융이 나아갈 정도(正道)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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