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엔 활짝 웃는 한국경제를 학수고대한다
2019년 새해엔 활짝 웃는 한국경제를 학수고대한다
  • 권의종
  • 승인 2018.12.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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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돼지의 해 ‘미소(微笑) 정책’으로 서로가 기 펴고, 국민 살림살이 나아지기 소망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너는 농담을 참 좋아했어. 농담뿐 아니라 웃기도 잘했지. 그런데 넌 실컷 웃고 나서 “뭐가 그렇게 우스워?”하고 물으면, 왜 웃었는지 모른다고 답하곤 했지.”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는 대화 내용이 아니다. 미국 41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추도사의 한 대목이다.

‘선거유세 때,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다 마네킹과도 악수를 했다’는 일화가 소개되자 장례식장은 온통 웃음바다로 변했다. “최근 며칠 동안은 부시 대통령보다 반려견 설리가 언론에 더 자주 등장하며 인기가 있었다”는 말은 담당 목사가 꺼냈다. 엄숙해야 할 추모 행사에서 고인의 허물이나 들추고, 개가 더 유명하다며 웃고 떠들다니.

아들 추도사는 더 가관이다. “아버지의 골프 숏게임 실력은 형편없었고, 채소는 드시지 못했다. 특히 브로콜리가 그랬다. 그 유전적 결함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자기가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아버지 탓으로 돌렸다. 그것도 모자라 여러 우스개로 추모객을 웃기고는 “슬프지만 웃읍시다."라는 말로 인사말을 맺었다. 사적 모임에서도 꺼내기 조심스러운 화두를 부친 장례식장에서 서슴지 않은 아들이다. 그것도 세계 최강 미국의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다.

한국 언론도 웃긴다. 이런 장례식 분위기를 ‘국장으로 엄수됐다’고 전했다. 국어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엄수(嚴修)라는 말은 ‘엄숙하고 조용하게 치른다’는 뜻이다. 웃음바다 장례식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언어 선택이다. 어찌됐든 조용히 앉아 술잔이나 기울이며 조문객끼리 얘기나 하다가 돌아가는 우리네 장례문화보다 나아 보인다. 고인에 관한 얘기로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게 추모의 취지에 되레 맞을 성 싶다.

2018년 경제상황...분배 악화 속 저성장 고착화, 가계소득 부진-사회안전망 부족으로 양극화 깊어져

우리 문화는 정반대다. 일상에서 좀처럼 웃는 낯을 대하기 힘들다. 웃고 즐겨야 할 자리에서도 그러지 못한다. 왠지 여유가 없고 자못 엄숙하다. TV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도 웃지 않으려 애쓴다. 웃음이 나와도 입을 벌리지 않고 ‘피식’ 웃음에 그치기 일쑤다. 박장대소는 천박함으로 통한다. 심각하고 화난 표정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처럼 어언간 굳어졌다. 하기야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판에 웃을 일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2018년 경제상황도 편안치 못했다. 분배가 악화되고 저성장이 고착화된 한 해였다. 가계소득 부진, 사회안전망 부족으로 양극화가 깊어졌다.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혁신지체 등으로 성장잠재력에 비상이 걸렸다. 저출산 심화는 인구감소를 가속화시켜 성장 능력을 짓눌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진행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도 분배에 악영향을 미쳤다.

외부 탓만 하기에는 상황이 예사롭지 못하다. 당면한 경제난이 통제 불가능한 외부 요인에 기인하는 바 크나, 정부실패나 정책실패에 기인하는 측면 또한 못지않다. 청년실업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임시·일용직,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일자리 부진도 한계상황을 넘어섰다. 제조업 불확실성과 심리 위축이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기업과 시장의 활력이 추락 중이다. 산업구조 개혁마저 지연되면서 성장잠재력 역시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며 지속가능한 성장이 위협받는 상황이 동병상련의 위안거리가 될 수 없다. 미·중간 무역전쟁, 남북관계 부진을 성장 둔화의 핑계로 삼아서도 안 된다. 지난 정부의 적폐 요인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흘렀다. 주어진 여건에서 적정한 대응과 최선의 해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는 정부 본연의 역할 말고는 달리 취할 방도가 없다. 

경제정책 좌표 설정은 현상분석-피드백서 출발해야...시행착오, 득과 실, 순·역기능 면밀히 따져봐야

문제가 곧 답일 수 있다. 특히 경제 문제는 현상을 뒤집어보면 해법이 찾아지곤 한다. 그간의 경험법칙에 근거해서다. 실제로 경제운영에는 경험만큼 유효한 것도 없다. 교과서적 이론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가 우리 현실에 맞을 리 없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이 유지되는 이유다. 다만 현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결과를 인정치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가 문제일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2019년의 경제정책의 큰 흐름은 2018년 경제상황에 대한 현상분석에서 출발하는 게 바른 순서일 수 있다. 올 한해 경제운영의 성과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간의 시행착오를 면밀히 되짚어 봐야 한다. 득과 실, 순기능과 역기능을 피드백, 내년도 경제운용 좌표 설정에 반영할 필요가 크다. 답은 멀리서 보다는 가까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소득을 높여 사회안전망 확충을 도모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혁신을 추진하고 창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한편, 신산업에 대한 지원으로 혁신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고, 대·중소기업 상생 등을 통한 시장경제의 건강성도 높여야 한다. 당장 대내외 경제 환경이 녹록치 못하다. 날은 저무는 데 갈 길이 멀다. 내년도 경제상황이 금년 수준 이상으로 나아지도록 가용 가능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시점이다.

세상사 쉬운 일 없다. 근데 못해낼 일도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부모를 떠나보낸 장례식장의 상주 심정만 하겠는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웃으며 하는 게 좋다. 비장하고 진지하다고 나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2018년 올 한 해는 잔뜩 찡그리며 지냈지만, 다가올 2019년 기해년(己亥年)에는 황금 돼지처럼 함빡 웃고 싶다. ‘미소(微笑) 정책’으로 한국경제가 한껏 기를 펴고 국민들 살림살이도 활짝 폈으면 좋겠다. 웃으면 달아났던 복도 되돌릴 수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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