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악마의 카르텔' 재벌 일감몰아주기 폐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악마의 카르텔' 재벌 일감몰아주기 폐해
  • 권의종
  • 승인 2018.07.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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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이 가로채는 사익보다 경쟁 부재에 따른 손실 더 커...모든 경쟁력은 자유경쟁서 나와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지난 장맛비에 수원 단오어린이공원에 있는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쓰러졌다. 세 갈래로 쪼개지듯 부러졌다. 조선왕조 22대 정조대왕이 1790년 수원화성을 축조할 당시 나뭇가지를 잘라 서까래를 만들었다고 알려진 바로 그 나무다.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무렵 구렁이 울음소리를 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1982년 보호수 지정에 이어 2017년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에 선정된 높이 33.4m, 둘레 4.8m의 거목이다. 해마다 나무 주변에서 영통청명단오제가 열리는 등 수원시민들이 애지중지하는 고목이다.

자세한 원인이야 전문가들이 규명하겠지만 멀쩡하던 큰 가지 4개가 한꺼번에 무너진 것이 줄기 내부의 동공(洞空) 때문이라는 발표가 언뜻 이해가 안 된다. 이 정도의 폭우나 강풍이 500년 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 갑자기 부러진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쓰러지기 전 사진을 보면 그 나무 혼자만 울타리 안에 덩그러니 서있다. 혹시 보호수로 지정하고 주변을 공원화하면서 나무를 너무 외롭게 만들어 속이 타고 텅 비게 된 것은 아닐는지.

‘문학적 상상’까지 해보는 건 들은 바가 있어서다. 나무의 생존율은 다른 나무나 잡초 등 주변 환경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나무를 키워본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울창한 숲의 나무가 크게 자라듯 다른 식물들과 함께 크도록 하면 나무의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모수가 적어 통계적으로 검증된 바 없지만, 주변 나무보다 성장이 더디면 햇빛을 보지 못해 죽기 때문에 더 높게 크려고 서로가 경쟁을 하면서 다 잘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부러진 5백년 느티나무의 경쟁법칙 교훈...다른 식물들과 함께 커야 나무 생존율 높아져

일부러 풀을 뽑지 않고 재배하는 자연농법의 원리도 귀담아 들을만하다. 풀은 가뭄을 예방하고 수분을 유지하여 흙을 살리는 고마운 존재임에도 현실에서는 불필요한 존재로 취급된다. 풀과 함께 있으면 작물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작물이 풀과 함께 자라면 흙속의 양분을 뺏겨 성장이 느리다고 여긴다. 하지만 풀보다 작물 성장이 더딘 것은 양분 다툼이 아니라, 햇볕을 필요로 하는 광합성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에서 농업기술로 개량된 작물은 자연에 오랫동안 적응한 풀에게 무조건 백전백패하고 만다.

오히려 작물이 성장하는 두둑과 떨어져 있는 고랑의 풀을 작물과 함께 키우면 풀은 본연의 흙 살리기를 하면서 병충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광합성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작물보다 높게 자라지 않게 베어 그 자리에 덮어주면 된다. 풀이 또다시 올라오는 시간을 지체시키고 가뭄을 예방하는 수분을 유지할 수 있다. 경쟁이 성장의 주요 인자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자연 생태계의 소중한 가르침이다.

경쟁의 효용 가치는 산업 현장에서 더욱 빚을 발한다. 경쟁을 좋아하는 기업이 있을 리 없고 경쟁에서 지면 큰 피해가 뒤따르지만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게 경쟁이다. 경쟁은 경쟁자가 분명하고 그 수가 많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묘한 특성을 지닌다. 경쟁이 붙으면 어떻게든 이기려고 노력하는 게 본능이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적이고 전술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선택과 집중’을 성공 방정식으로 거론하지만 이는 자원의 투입 과정에서나 맞는 말이다. 산출 결과의 관점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좋은지, ‘경쟁과 상생’이 좋은지는 단정 짓기 어렵다. 기업 경영에서 이 두 가지를 직접 비교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의 존폐까지 담보하며 이렇게 저렇게 시험 삼아 해볼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업 경영에서 ‘경쟁과 상생’이 가져오는 순기능의 효과는 의외로 크다.

시장경제의 최대 장점은 경쟁...경쟁 환경 말살하는 주범 중 하나가 ‘일감몰아주기’ 관행

선택과 집중이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한 곳 거래처에만 믿고 납품하다고 거래가 끊겨 문을 닫는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와 반대로 핵심 부품을 한 곳 업체에만 개발시켜 조달해오다 하청업체 부도로 연쇄 도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당 협력업체로서도 경쟁자 없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다른 분야에 관심을 돌려 실패한 케이스다. 경쟁이 치열했더라면 이 기업도 본업에 충실했을 것이다.

경쟁 환경을 말살하는 주범 중의 하나는 ‘일감몰아주기’ 관행이다. 한국 경제에 치명적 해악을 끼치는 고질병으로 이미 번져 있다. ‘우리끼리 해먹자’는 강자들의 암묵적 카르텔로서 치료는 커녕 적발조차 어렵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염증을 일으키고 급기야 곪아터지고 있다. 추잡한 행위들이 하도 많다보니 일일이 열거조차 부끄럽다.

재벌 기업들은 물류회사를 설립해 계열사 물량을 독식시킨다. 은행들은 자회사를 만들어 본지점 건물관리나 물자구매 등을 전담시킨다. 대기업은 친인척이나 지인이 경영하는 회사에 납품을 독점시킨다. 재벌기업의 1차 협력업체 대다수가 총수 일가나 친인척이 운영하는 사실은 온 천하가 다 안다. 규제 회피를 위해 일감을 주던 회사를 슬그머니 통폐합시키는 얌체 기업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국내 항공사들 비리의 중심에도 어김없이 일감몰아주기 부정이 똬리를 틀고 있다. 갈 때까지 가고 올 때까지 온 느낌이다.

일감몰아주기를 탓하는 것은 당사자들끼리만 편취하는 사사로운 이익에 배 아파서가 아니다. 경쟁 부재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국가 경제에 초래되는 손실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제부터라도 일감몰아주기를 멈추고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몰아내야 한다.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은 경쟁이다. 경쟁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모든 경쟁력은 자유경쟁에서 나온다. 나무 키우기나, 기업 경영이나, 개인 생활에서나 다 마찬가지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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