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헬조선의 '지킬과 하이드' 그리고 ‘미투’ 봇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헬조선의 '지킬과 하이드' 그리고 ‘미투’ 봇물
  • 권의종
  • 승인 2018.03.0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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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천사인 척, 실제는 성적(性的) 괴물..우리 사회의 성폭력 해결 위한 6개 '과녁'과 '화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인간의 이중성, 그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겉으로는 한없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천사인 척, 실제는 악마의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괴물로 살아가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군상이 이 시대의 자화상인가? 인간으로써 지켜야 할 도리마저 망각한 채 억제되지 않은 본능에 따라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동물의 세계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란 말인가?

검찰 내 성폭력 의혹의 제기로 촉발된 '미투'(#MeToo-나도 말한다)의 폭로가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날만 새면 새로운 고발이 꼬리를 문다. 아직도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시계 제로의 상태다. 짐승 만도 못한 인간들의 멱살을 잡아챈들 쉽사리 풀릴 분심(憤心)이 아니다. 울분이 천지진동하고 저주가 백가쟁명을 이룬다.

그럴수록 잃지 않아야 하는 건 냉정과 침착이다. 급하다고 서두르거나 감정에 사로잡혀 덤벙댔다간 사태 해결은 커녕 일만 그르치기 십상이다. 갖은 희생을 감수하며 애타게 호소하는 절규의 의미와 의도를 차분히 읽어내야 한다. 미투가 찌르려는 정곡이 어디인지를 차질 없이 파악해야 한다. 과녁이 분명해야 화살이 명중할 수 있는 법이다.

미투가 겨누려는 첫 번째 표적은 성폭력이 일상화된 부도덕한 현실이다. 이 땅의 성폭력 역사는 뿌리 깊다.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돌림병류(類)가 아니다. 환부가 넓고 깊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르는 고질병으로 변한지 오래다. 사회 구석구석에 숨어있어 발견조차 힘들다. 검찰, 문화예술계, 정치권, 경제계, 대학가, 종교계까지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다. 안전지대는 없어 보인다. 가해자의 분포 또한 다방면이다. 검찰간부, 극단대표, 연극배우, 작가, 인간문화재, 성직자, 대학교수, 공무원, 의사, 군인 등 온갖 직업군을 망라한다.

‘미투’가 의도하는 바를 차분히 읽어내야.. 과녁이 분명해야 화살이 명중할 수 있는 법

두 번째의 과녁은 성폭력이 갖는 가학(加虐)적 특권성이다. 성폭력은 상위 계층에 주어진 전가의 보도로 통해왔다. 시도 때도 없이 분별없이 행해졌다. 사회적 위계나 업무상 지위 뒤에 숨어 상습적, 악질적으로 자행된 천인공노의 만행이었다. 출연을 미끼로, 학위를 무기로, 선배라는 이름으로, 연예인의 명성으로, 상급자의 완력으로, 원로의 위상으로, 종교인의 신분으로 제자들을, 부하들을, 후진들을, 신도들을 자신의 유희 본능을 위해 괴롭혔다.

심지어 식당이나 공장에 취업한 외국인에게까지 검은 손을 뻗쳤다. 온몸을 전율케 하는 흉악망측한 민낯이다. 21세기 동방예의지국에서 벌어진 면면이다. 봉건시대, 군사독재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딴 시대 딴 나라의 얘기였다. 헬조선의 진상(眞相)이다.

세 번째의 타깃은 참회할 줄 모르는 가해자들의 뻔뻔함이다. 예술감독 이윤택의 경우가 그러했다. 공개사과를 위한 기자회견에 앞서 표정 연습까지 시도했다는 증언이다. '노래 가사를 쓰듯이, 시를 쓰듯이' 사과문을 작성했다는 사연도 곁들어졌다. 부산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는 연희단거리패와 극단 가마골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피해자의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충격의 전언이다.

그런 얄팍한 꼼수에 넘어갈 국민들이 아니다. 손이 발되도록 엎드려 사죄해도 시원찮을 판에 어떻게든 순간의 위기 만을 모면하고자 했던 가식이 참으로 같잖고 가소롭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가해 행위보다 몇 배나 무거운 죄질의 악행이다.

성폭력 문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모한 합작품이자 모두가 함께 일조한 공동 정범

네 번째의 목표물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참고 견디는 게 상책이라는 주변의 훈수는 한술 더 뜨는 괴롭힘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고발에 나서보았자 달라지는 게 별로 없다. 도리어 ‘꽃뱀’이라는 수군거림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회사 동기와 상사 등 3명에게 연이어 성희롱과 성폭행 당하고도 피해자에게 돌아온 건 왜곡된 소문과 동료들의 싸늘한 시선 뿐이었다는 실제 상황이다.

다섯 번째 표적은 못 본 척 눈감는 방관자적 주위 환경이다.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어 손해를 자초하지 않으려는 약삭빠름이다. 성폭력에 앞장서 싸워야할 시민집단이나 여성단체도 자기 진영의 잘못에는 침묵하려는 위선적 이중성을 서슴지 않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서지현 폭로 때는 다음 날 즉각 성명을 내놓은데 비해, 이윤택 성폭력에는 관련 글이 공개되고 7일이 지나서야 입장을 표명했다는 지적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옛말 그대로다.

여섯 번째 공격대상은 잘못 폭로했다간 되레 명예훼손죄로 몰릴 수 있는 법률적 환경이다. 명예훼손죄 처벌을 각오하고 나서야 한다. 형법 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허위사실이 아닌 진실을 말해도 내용 따라 명예훼손죄 처벌이 가능하고, 판사의 재량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성폭력은 가해자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따지고 보면,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모한 합작품일 수 있다. 성폭력이 은폐되고 조장되고, 관습이 되기까지 모두 함께 일조했다. 차별적인 사회문화, 권위적인 조직문화, 여성 혐오적인 남성문화를 조성하는데 서로서로 힘을 보탰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성서의 가르침에서 자유로울 자 아무도 없다. 전원이 공동 정범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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