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국가 가상화폐, ‘e원화’ 발행 검토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국가 가상화폐, ‘e원화’ 발행 검토해야
  • 권의종
  • 승인 2018.01.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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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 투기 규제와 함께 블록체인 장점도 살려서...‘두 마리 토끼’ 동시에 잡아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누가 뭐래도 가상화폐 논란은 지난 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핫 이슈’였다. 광풍은 올해 들어서도 진행형이다. 잠재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규제발도 먹혀들지 않는다.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제각각이다. 일부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공황이후 근 4백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찬스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반기는 기색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돈에 대한 집착이 낳은 허상으로 가상화폐 발(發) '폭탄 돌리기’가 가져올 앞날에 대한 탄식이 크다.

정부 입장은 자못 단호하기만 하다. 하지만 컨트롤타워로서 거시적 측면에서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미시적인 세부 규제책만 남발한다는 중론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폄하다. 규제책이 수차례 발표되었지만 시장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투기의 내성만 키운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가상화폐거래 전면금지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엄포용으로 이해하고 싶은 투자자가 적지 않다.

규제 중심의 정부 방침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낌새다.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국민 손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공산이 커 보인다. 건전한 투자생태계의 조성보다는 가상화폐를 매개로 하는 사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에 비중을 높게 두는 기존 입장을 이어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투기성 규제에만 매달리는 작금의 한국 상황과는 상관없이 세계 가상화폐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면서 제도금융권에 속속 편입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을 상장해 제도금융권으로 편입시킨데 이어, 나스닥도 금년 상반기 중 비트코인 선물을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 도쿄금융거래소 역시 선물 파생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독일에서도 선물시장을 개설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정부, 가상화폐 거시적 정책방향 제시 못하고 미시적 규제책만 남발..투기의 내성만 키울 뿐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 또한 국제적으로 점차 인정되는 추세다. 일본의 개정 자금결제법이나 미국 주정부 감독협의체(CSBS)에서 가상통화를 법정통화는 아니지만 사실상 가치저장, 교환수단, 교환척도라는 통화의 기능을 지닌 새로운 화폐로 규정하고 있다.

가상화폐의 기세가 강하고 거셀수록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게 방책일 수 있다. 투기에 대한 단호한 규제를 가하는 동시에, 신산업 동력으로 꼽히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가 갖는 장점도 살리는 방안이다. 이른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포획하는 접근법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이나 그렇다고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불과하나 가상화폐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는 현실을 투기나 거품으로 보는 근시안적 사고로는 현상 타개가 어렵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기술 중의 하나인 블록체인 기술 분야에서 선두의 입지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여건으로 이해하는 긍정적 역발상이 유효한 해법일 수 있다.

투기광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선물거래를 허용하고 외국선물거래에 대한 참여가 시급해 보인다. 국내 투자자가 비트코인 선물거래에 참여할 수 없도록 막아 놓은 정부의 규제는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글로벌 현상을 국내에서만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현물거래는 엄연히 현존하는데 선물거래를 부정하면 현물거래의 위험이 헤지되지 못함에 따라 투자자 피해만 키울 수 있다. 득은 없고 실만 초래할 소지가 크다.

가상화 현실에서 화폐만 재래식 기능-형태 머물 수 없어..가상화폐, 진짜 돈에 없는 장점 많아

차제에 한국도 국가 가상화폐, 가칭 ‘e원화’를 발행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기존 종이화폐와 1대 1로 교환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일부 선진 중앙은행들은 이미 가상화폐 발행,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e크로나(Krona)’ 발행 여부를 포함한 연구를 공식 진행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인민은행도 가상화폐 발행을 숙고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에서 또한 ‘페드코인(Fedcoin)’을 발행하자는 의견이 거론되는 상태이며, 이스라엘도 국가 가상화폐 발행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발행할 경우 현재의 가상화폐는 입지가 자연스럽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가치나 가격을 고정해 줄 기반이나 주체가 없어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가상화폐는 ‘교환의 매개’로서 사용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어찌 보면 국가 주도의 가상화폐 시스템은 가상현실, 중강현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일상화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신(新) 화폐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모든 분야에서 가상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는 현실에서 유독 화폐만 언제까지 재래식 기능과 형태에 멈춰 있을 수 없다. 가상 화폐에 높은 관심과 인기가 몰리는 것은 가짜 돈이 진짜 돈이 갖지 못하고 있는 장점이 적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다.

진짜는 가짜보다 가치가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이런 당연한 사실조차 뒤집어놓곤 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거장, 장 보드리야르는 명서 '시률라시옹'에서 바로 지금이 가짜가 진짜보다 더 소중한 시대임을 일깨운다. 가짜의 돈, 가상화폐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문제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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