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황금개띠 무술(戊戌)년 2018년에 바란다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황금개띠 무술(戊戌)년 2018년에 바란다
  • 권의종
  • 승인 2017.12.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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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제로의 불확실한 시대상황..국가안보-균형발전-노사화합 등 희망의 덕담 오가는 한 해 되기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해가 또 바뀐다. 2018년 황금개띠 무술(戊戌)년의 새 동이 튼다. 원단을 맞고 보면 으레 지난 한 해 동안의 다사다난을 회고하며 저마다 야심 찬 계획과 간절한 소망을 담는 일년지계(一年之計)를 호기 있게 세우곤 한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당장 지척의 시계조차 분간키 힘든 불확실한 시대상황의 면전에서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할 따름이다.

사뭇 신중하게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다듬고 한 해의 계획을 떠올려보지만, 개략적 밑그림조차 선뜻 그려내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온고지신의 혜안을 부릅뜨고 지난 세기의 개띠 해에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이를 토대로 앞날을 더듬어 보는 것도 상책은 못될지언정 차선지책 정도는 충분할 성싶다.

20세기 첫 개띠 해였던 1910년 경술년에는 대한제국과 일본 제국 사이에 체결된 한일병합 조약으로 나라를 빼앗기는 쓰라림을 더듬게 된다. 일제 강점기 36년간 민족정기가 말살되고 무자비한 탄압정치가 본격화되는 비운을 감내해야 했다. 아직도 과거사 등 한일 간 현안이 매듭 되지 못한 현실 앞에서 격세지감이 무색하기만 하다.

1922년 임술년. 나라 밖에서는 소련이 탄생하고, 이집트가 독립을 선언하는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이 땅 한반도에서는 독립 포기를 설득하는 부정의 논리가 등장했다. 이광수는 잡지 <개벽>에 ‘민족개조론’을 기고, “‘이기적이고 나약한 겁쟁이'인 조선 민중은 엘리트 집단에 복종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한 나라의 패망이 외부의 적 못지않게 내부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았던 세계사의 교훈을 새삼 절감케 된다.

이어 1934년 갑술년은 조선농지령이 공포된 해였다. 일제가 표면적으로는 농민의 소작권 인정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만주사변 이후의 전시체제에서 농산물 생산량을 늘리고 농민운동을 막기 위한 속내였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일제의 이중성을 여과 없이 드러낸 단적인 사례였다.

 지난 세기의 개띠 해에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들 되돌아보고 차분하게 일년지계 세워야

1946년 병술년은 제1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개최된 해였다.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의 결정에 따라 한국의 임시정부 수립을 의논하기 위해 미국과 소련의 대표자 회의가 열렸으나, 두 나라의 의견이 엇갈려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국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손에 맡겨져야 했던 약소국의 비애를 다시금 새롭게 통감하게 된다.

여기에, 1958년 무술년 1월에는 진보당 사건이 발생했다. 이승만 정권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진보단 간부 7명을 간첩 혐의로 구속했고, 이듬해 7월 조봉암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승자로부터 패자가 죽임을 당하는 반인권적인 정치탄압은 지금 들어도 그 끔찍함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는 그해 12월 국가보안법 파동으로 이어졌다. 국회에서 경위권 발동 속에 여당 단독으로 신 국가보안법이 통과되었다. 56년 정·부통령선거와 58년 제4대 민의원선거에서 민심이반을 알아챈 자유당이 여론과 국민의 비판을 억누를 구실을 찾기 위한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위였다.

1970년 경술년에는 7월에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4차선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었다.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을 1일 생활권으로 묶고 항만과 주요 도시를 연결, 산업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는 경사였다. 반면 11월에는 서울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산업화과정에서 희생당하던 노동자의 삶이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학생운동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1982년 임술년에는 1945년부터 37년간 이어져온 야간통행금지가 전면 해제되었다. 유보되었던 국민의 권리가 살아나고 인신 자유의 구속 수단이 줄어들었으며, 군사정권의 획일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에서 다양화 사회로 나아가는 첫발을 내딛는다.

즐겁고 좋았던 일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더 기록으로 남아..특단의 자구노력 이어져야

1994년 갑술년에는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고도성장과 외형에만 치우친 나머지 생겨난 사회구조적 병폐의 심각성을 보여준 참사였다. 한편, 옛 조선총독부 건물의 해체가 시작되어 식민지배의 상징이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당시 찬반논란이 분분했지만 이왕 과거지사가 된 만큼 일제 잔재에 대한 과감한 청산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게 심정이다.

2006년 병술년에는 수출이 사상 첫 3000억 달러 돌파하는 기쁨도 있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에는 무역 1조 달러를 3년 만에 회복하고 수출이 6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등 세계 수출 6위 자리를 2년 만에 되찾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본디 역사는 비극을 보다 잘 기억하는 속성 탓에 즐겁고 좋았던 일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더 기록으로 남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개띠 해라해서 유독 다른 해에 비해 어려운 일이  많았을 리 없겠지만, 어쨌든 지난 과거사의 아픔을 들춰봄으로써 새해 액땜을 대신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새해에는 북핵위기, 경기침체, 가계부채,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등 비관적 용어는 사라지고, 국가안보, 경제성장, 균형발전, 노사화합 등의 희망과 행운의 덕담만이 오갔으면 한다.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의 성공적인 이행과 국가비전의 차질 없는 구현을 위해 정부와 국민의 구슬땀이 흐르고, 기업의 정도경영 실천으로 시장과 고객의 신뢰가 회복되며, 첨단의 경쟁력 확보 등 뼈를 깎는 특단의 자구노력이 쉴 새 없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부디 이번 개띠 해만큼은 경제주체들 모두가 나약하고 위축된 모습보다는, 당당하고 의연한 무술(武術)의 멋을 떨치는 호시절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보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문제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경영학박사/ 중소기업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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