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이 없어 차량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이 흔히 찾는 캐피탈 대출이 '취급수수료' 명목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캐피탈사들은 취급수수료를 받는 이유가 차량 등록, 인수 등에 필요한 제반비용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이같은 서비스는 차량구입 고객들이 일반적으로 받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캐피탈사들이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일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차량 구입 선수금 5% 이상 10% 미만을 납부했을 때 2.9%(12개월 할부), 3.9%(24개월 할부), 4.9%(36개월 할부), 5.9%(48개월 할부)의 취급수수료를 받고 있다.
또한 선수금이 10% 이상 20% 미만인 경우는 2.6%(12개월 할부), 3.6%(24개월 할부), 4.4%(36개월), 4.2%(48개월)이고 20%이상이면 1.9%(12개월 할부), 2.9%(24개월 할부), 3.2%(36개월 할부), 4.2%(48개월 할부)의 취급수수료를 받고 있다.
선수금을 아예 내지 않을 때는 3.5%(12개월 할부), 4.5%(24개월 할부), 5.5%(36개월 할부), 6.5%(48개월 할부)의 취급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하나캐피탈은 현대, 기아, 쌍용차에 한해 선수금 10% 미만시 2.9%(12개월 할부), 3.9%(24개월 할부)의 취급수수료를 받고 있다.
선수금이 20% 미만시 2.6%(12개월 할부), 3.6%(24개월 할부), 선수금이 20% 이상시 1.9%(12개월 할부), 2.9%(24개월 할부)의 취급수수료를 걷고 있다.
취급수수료라는 말은 할부 수수료, 금융수수료의 또 다른 이름이다. 비록 명칭은 달라도 '할부 이자 외 별도의 수수료'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같은 캐피탈 대출에서도 신용대출에서는 받지 않는 취급수수료를 차량대출에서만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딜러들이 소비자를 대신해 자동차 등록을 하거나 인수를 도와줌으로써 여기에 소요되는 제반비용을 받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신차를 구입했을 때 구청 차량등록사업소에 등록을 하거나 고객이 원하는 곳을 차량을 가져오는 배달 탁송이나 대리점으로 직접 가 차량을 가져오는 본인 출고 서비스는 캐피탈을 이용했을 때 주어지는 '별도의' 서비스가 아니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구청 등록, 배달 탁송 혹은 본인 출고 서비스는 영업사원과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면서도 "차량을 구입하면 거의 다 해주는 서비스"라고 일축했다.
이에 더해 취급수수료가 할부이자와 더해질 경우 10%를 넘는 '고금리'가 돼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신차 소나타를 기준으로 7.5%(1~4년 할부)으로 선수금을 내지 않고 48개월 할부를 이용할 경우 14%의 고이율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취급수수료가 '고무줄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캐피탈)본사와 직접 사전 연락 등으로 연결되어 들어올 경우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면서 "그냥 자동차 대리점 가서 진행하면 조건대로 계약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감독당국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답변은 아직 취급수수료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캐피탈 쪽에 문제가 과도하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면서 "취급수수료의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손실율, 자금조달 등 여러가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취급수수료를 받아온 관행이 뿌리가 깊다는 점이다.
다른 캐피탈사 관계자는 "취급수수료는 회사, 시기(매년 혹은 매달) 마다 다르다"면서 "대출을 시작할 때부터 취급수수료가 있었다"고 말했다.
할부금융사는 지난 1996년 출범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16년 동안 아무런 제지 없이 이용하는 소비자들로부터 '고혈'을 빨아왔다 라는 얘기가 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FTA 체결로 외국차들도 많이 들어오겠는데 취급수수료는 이용고객에 대한 서비스로 제공하고 별도 징수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