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손해사정 선임권’ 소비자에 돌려줘라
보험사는 ‘손해사정 선임권’ 소비자에 돌려줘라
  • 조연행
  • 승인 2017.11.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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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보험사 멋대로 ‘좌지우지’하는 건 잘못..나라다운 나라라면 이제 바꿔야

[조연행 칼럼] 창피하지만 우리나라 보험소비자 만족도는 세계 꼴찌다. 캡제미니가 조사한 결과도 그렇고 보험연구원에서 보험사 사장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8만여 건 민원 중 60%가 보험민원으로 통계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소비자 대부분의 생각도 마찬가지로 ‘최하위’가 아닐까 생각된다.

보험산업이 신뢰도가‘바닥’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보험을 가입시킬 때는 간과 쓸게도 빼줄 듯이‘왕’처럼 대하다가, 보험금이라도 받으려면 ‘범죄자’처럼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불완전판매’와‘보험금지급거부’의 양대 문제가 고질병처럼 나타난다.

그 중에서 보험금 지급거부의 발생의 주원인은 소비자에게‘손해사정 선임권’을 주지 않고 보험사가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소비자가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청구하게 되면, 이 보험금 청구가 정당한 지 따져보게 된다. 가입 시 ‘알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였는지, 과거병력을 속이지 안았는 지,고의적인 사고는 아닌지를 따져보고 이상이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당연한 업무이다. 이러한 보험금 지급심사는 보험사가 주장하는 바대로 ‘고유업무’이다.

하지만 ‘손해사정’은 다르다. 보험사고로 입은 ‘손해’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물론 보험금지급심사에 ‘손해사정’ 업무가 포함될 수가 있으나, 손해사정 만을 떼어 놓고 보면 외부에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보험사가 이러한 업무를 보험사가 직접 하지 않고, 전적으로 외부의 손해사정법인에 외주위탁을 주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90% 이상이 자회사이거나 임원출신 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보험금을 깍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평가도 좋아지고, 일을 계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위탁을 받은 손해사정법인이 보험사고 피보험자의 장해 상태를 확인한다며, 수개월씩 미행하고 몰래카메라로 촬영한다. 보호자를 병실에서 내보내고 의식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를“ 꼬집고, 욕하고, 모욕적 언사”를 퍼붓다가 민원이 발생한 사례는 가히 충격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게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형사 출신을 고용해 환자를 ‘이러저러한 것’을 꼬투리 잡아 보험사기범으로 몰아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게 하고,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출두하게 만들어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고전적인 수법이다. 환자를 보지도 않은 자사 자문의사에게 돈을 주고 ‘소견서’를 받아, 이름도 병원도 알려주지 않고 자문의 핑계 대며, 치료의사의 진단서를 부인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는 비일비재 다반사이다.

이렇틋 보험금을 깍고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 선임 손해사정법인에 대한 비용은 소비자가 낸 보험료로 지출한다. 문제는 자기 손해사정으로 소비자피해가 늘어나거나, 일감몰아주기로 자회사가 독식하는 것은 표면에 드러나는 작은 문제일 뿐이다.

상법(676조)에는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비용은 보험자의 부담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경우에는 보험사가 내지 않고 소비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국회가 만든 상법에는 분명히 보험자 부담이라 명시해 놓았는데, 공무원들이 만든 ‘보험업감독규정’에는 소비자가 선임할 경우에는‘소비자’가 내고, 보험사가 동의할 경우에만 ‘보험사’가 낸다고 보험사가 금융담당 공무원과 짜고 ‘소비자선택권’을 빼앗아 가버렸다.

그렇게 해서, 모든 손해사정은 보험사 마음대로‘좌지우지’할 수 있게 잘 못 만들어 놓은 것이다. 손해사정은 원래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손해액’을 평가하는 것인데, 보험사가 원하는 대로 보험금을‘깍고, 줄이는’하수인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애시당초 상법대로 소비자가 선임하는 손해사정사도 소비자가 낸 보험료로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면, 폐해가 심각한 자기 손해사정이나 자회사에 ‘일감몰아주기’문제는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보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한‘일등공신’인 것이다.

국회에서 이런 보험금 부지급 폐해와 일감몰아주기를 없애겠다고,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문제 해결의 핵심은 “소비자도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손해사정 비용을 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회에서 법을 고치지 않아도 된다. 금융 공무원이 잘 못 만들어 놓은 감독규정만 제대로 바꿔 놓아도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나라다운 나라에서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보험사가 빼앗아간 소비자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꼬인 것을 풀고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바닥까지 떨어진 보험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쌓아 나갈 수 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약력>

조 연 행 / 이메일 kicf21@gmail.com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현재)

금융소비자연맹 회장대행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보험개발원 소비자약관평가위원

한국소비자중앙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부이사

교보생명 상품개발담당팀 팀장,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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