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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의장과 이주열 총재
재닛 옐런 의장과 이주열 총재
  • 이동준 기자
  • 승인 2017.08.2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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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신임보다 은행 건전성 택한 옐런..李 총재는?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페드(Fed)는 미국연방준비은행제도의 약자이다. 국내에서 말할 때는 위원회 위원인 이사들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뉴욕에 있는 미 합중국 연방 준비은행을 뜻한다.

미국 중앙은행이라고 독립을 거저 얻은 게 아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독립운동은 나름대로 치열했다. 그 중심엔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2세(William McChesney Martin Jr.)가 있다. 그는 트루먼부터 닉슨까지 다섯 대통령 아래서 19년(1951∼1970년) 동안 최장수 의장직을 수행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앨런 그린스펀(1987∼2006년)도 햇수론 19년을 채웠지만 날수로 치면 선배인 마틴에 못 미친다.

마틴은 대통령과 맞서기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는 "중앙은행은 백악관이 아니라 의회에 책임을 진다"는 명언을 남겼다. 의회, 곧 국민에게만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마틴의 불굴의 독립정신은 후배인 폴 볼커와 그린스펀에게 이어졌다.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1981년 연방기금 금리를 20%까지 올렸고 그 덕에 2년 뒤 물가는 3%대로 낮아졌다. 규제완화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레이건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파이터 볼커를 탐탁지 않게 여겨 그린스펀으로 교체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청와대발(發) 기준금리 인상설에 대해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발언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언급은 통화당국 수장으로서 독립성 훼손 소지가 있는 청와대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최경환 전 부총리가 시그널을 주고, 한은 총재가 금리를 결정한다고 해 '척하면 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금통위 독립성 문제는 늘 논란의 대상이다.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는 한은총재라면 금리정책이 독립적으로 결정함을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정책에 사실상 반기를 들면서 내년 2월 임기종료 이후 재임용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와이오밍주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내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총재 연찬회’에서 옐런 의장이 개막 연설의 대부분을 금융규제에 할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2월 그를 재신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난 26일 보도했다. 

옐런 의장과 백악관 사이의 간격이 더 크게 벌어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옐런은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그동안 4년 임기의 Fed 의장직은 집권 정당이 바뀌더라도 한 차례 이상 연임하는 게 관례였다. 그렇다면 옐런은 트럼프의 재신임보다 은행의 건전성을 택하기로 한 것은 아닐까. 현재까지의 언행을 보면 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 트럼프와 '맞장'을 뜨는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정부에서 금리를 올리라는 주문이 있었나”라는 의원들의 이어진 질문에도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김 보좌관의) 그런 발언이 있고 나서 시장금리가 변동하는 등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며 신중한 발언을 당부했다. 이 총재는 “금리정책에 관한한 금융통화위원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앞으로 7개월 정도 남았다. 국내 경제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한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넘어가거나 또는 내년에 새 총재 부임 직후 급하게 통화정책을 변경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Fed 의장은 미국에서 ‘경제대통령’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은 총재도 한국에서는 '통화-금리 대통령'이나 다름이 없다. 이주열 총재가 임기와 무관하게 앞으로 한은과 금통위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 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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