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굴러가는 것 같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우리 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총의 박병원 회장이 지난해 말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박 회장이 전경련이 주도한 미르재단 모금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재단 관계자들도 모르게 급하게 두 재단에 대한 해산 결정을 내려버린 전경련이 기업들의 자발적인 모금이었다는 입장과 상반된다.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62·사진)은 박 회장의 발언이 담긴 지난해 11월6일 문예위 회의록을 공개한 뒤 문예위의 회의록 축소·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문예위 위원이자 포스코 사외이사인 박 회장은 당일 문예위 회의에서 “ ‘미르’라는 재단법인을 만들었고,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460억원을 내는 것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 문예위가 시비를 걸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오늘 포스코 이사회에서 기막힌 일이 있었다”며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재단을 새로 만드는데 포스코에서 30억원을 내겠다고 한다. (포스코) 이사회에서 부결시키면 안된다고 해서 부결도 못하고 왔다”고 밝혔다. 박명진 문예위 위원장도 당시 회의에서 “이미 메세나가 있는데 왜 이것을 따로 만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문예위에 요구해 받은 당일 회의록은 다른 경로로 입수한 회의록보다 14쪽이 적은 분량이다. 박병원 회장이 전경련의 미르재단 모금을 비판한 내용도 문예위가 제출한 회의록에는 빠져 있다”며 문예위의 회의록 축소·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회의록은 속기 초벌본 중 위원들의 여담 또는 위원이 삭제를 요청한 부분을 빼고 내용을 보존하고 있다”며 “미르재단 모금 관련 박병원 경총 회장 발언이 제출한 회의록에 없는 것도 해당 발언이 회의 안건과 무관한 여담이어서 삭제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도 의원은 “공공기관이 국감에 임하면서 자료를 자의적으로 제출한 것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더민주 오영훈 의원은 “숱한 의혹을 확실히 밝히기 위해 최순실씨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