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00억 달러 짜리 ‘통 큰 용단‘인가.
삼성전자가 11조3천억원의 대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매입한 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매입 규모는 100억달러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은 삼성전자 주가가 회사의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 작업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애플·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에 비해 배당성향 등 주주친화 정책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이번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는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내더라도 미래에 대비한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주력해온 삼성전자가 주주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을 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번 주주친화 정책 발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림으로써 전격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1회차 자사주 매입 규모를 4조2천억원으로 결의하고 10월 30일부터 3개월간 보통주 223만주와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1회차 매입에서 우선주 비중을 35%로 하는 배경은 이사회 결의일 전일 기준으로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에 비해 22%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우선주 매입 비중을 높임으로써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의 주식을 소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