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민간소비가 부진한 것과 대조적으로 유가 하락과 설 연휴 등의 영향으로 올 1분기 해외에서 쓴 카드 사용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1분기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 통계를 보면 올 1~3월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카드 사용액은 총 32억13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보다 약 0.5%(1600만달러) 증가한 금액이다. 종전 최고치는 지난해 3분기 32억300만달러였다.
한은은 유가 하락과 설 연휴의 영향으로 출국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유가 하락으로 유류세 부담이 줄고, 연휴가 겹치면서 해외를 찾는 여행객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 1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470만명으로 지난해 4분기 415만명보다 13.1% 급증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와 현금을 포함한 해외여행 지급총액도 59억900만달러로 지난해 4분기보다 4.7% 늘었다.
세제혜택의 영향으로 체크카드 사용이 증가하면서 체크카드 비중은 24.0%로 전분기 대비 6.8% 늘었고, 신용카드 비중은 70.9%로 0.8% 줄었다.
해외여행의 증가는 국내 소비침체와 대조적인 현상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 잠정치 자료를 보더라도 올 1분기 가계소비는 전분기 대비 0.8% 늘어났고, 이 중 국내소비는 0.3% 증가에 그쳤다. 내구재 소비는 2.3% 늘었다. 목적별로 통신비 지출은 11.9% 증가한 반면, 주류 및 담배 구입에 쓴 돈은 15.3%, 음식·숙박에 사용한 돈은 2.1% 각각 감소했다. 유가 하락으로 실질소득이 늘었지만 국내에서 쓰는 돈은 눈에 띄게 늘지 않은 것이다.
올 1분기에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 외국인의 한국 내 카드 사용액은 감소했다. 지난 1~3월 방한한 외국인은 321만명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9.0% 감소했다. 외국인 입국자의 45%를 차지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14만명으로 전분기 대비 1.2% 줄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용한 카드금액도 27억56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13.0%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