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62) 전국은행연합회장이 대대적인 '조직 쇄신령'을 내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연합회 모든 직원을 상대로 조직의 비전, 로고, 근무환경, 소통방식, 조직문화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장대한 분량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하 회장의 특별 지시로 은행연합회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진행한 것이다.지난해 12월 취임한 하 회장은 11년 만에 역대 세 번째로 나온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이다.2001년 48세 나이로 한미은행장에 올라 최연소 은행장 기록을 세웠으며, 2004년 씨티은행과의 합병 후에도 지난해까지 계속 한국씨티은행장을 맡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민간 은행에 오랫동안 있던 하 회장의 눈에는 은행연합회의 조직문화가 너무 느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조만간 대대적인 쇄신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말 은행권의 수익성 저하 등을 고려해 임원 연봉을 2013년부터 3년 연속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하 회장은 자신의 임금 총액의 20%를 반납하고 이를 사회공헌활동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장의 연봉은 최대 약 7억3천500만원으로, 금융협회장 중에서도 가장 많다는 외부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직원에 대한 개인연금 보조금 지급도 중단하기로 했다.실제로 작년에 은행연합회는 말로만 무성하던 화려한 직원 복지 실체가 드러나면서 '숨어 있는 신의 직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바 있다.
2013년 은행연합회 직원들의 연간 휴가 사용일은 0.6일에 그쳤다. 직원 1인당 휴가보상으로 웬만한 직장이 한 달 급여보다 많은 매년 평균 600만원에 가까운 현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렇게 연합회가 직원들에게 지급한 돈은 2년간 15억원에 달했다.또 은행연합회는 직원들이 휴가를 쓰기도 전에 매년 초 수억원에 이르는 연차휴가보상금을 주고, 매년 1인당 52만원 꼴로 휴가 보조비를 정액 지급했다.
시간 외 근무수당은 주 6일을 기초로 적용해 일하지 않아도 주말근무로 계산됐고, 보상액도 통상임금의 83%를 가산했다. 이렇게 직원당 141만원씩 연간 2억원이 지급됐다.지난해 직원들을 위해 적립된 사내복지기금 잔액은 100억원(1인당 평균 7천143만원)이나 됐다.공공기관은 기금 누적액이 1인당 평균 2천만원을 초과하면 추가출연이 제한되지만, 연합회는 예외였다.
홍건기 은행연합회 총무부장은 "현재 결과를 정리하고 있으며, 2월 말께 회장께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