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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은행연합회장 선출
'어이없는' 은행연합회장 선출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11.2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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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대신에 '新관치금융' 버젓이 등장

 
시쳇말로 금융권은 모피아(재무부+모피아)’들 오래된 호갱님(호구고객)’이었다. 오죽하면 산하에 은행감독원까지 같이 있던 시절에도 한국은행을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라고 불렀을까.

이런 금융권에서 '관피아(관료모피아)'가 사라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는 물론 국책은행장과 4대 금융협회장마저 모두 민간 출신이 차지하면서 관피아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서금회(서강금융인회)나 은행연합회장 인선 등을 놓고 '신(新)관치금융'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주 이사회를 열어 차기 회장에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을 선임했다. 이사회 장소가 금융노조에 의해 봉쇄당하자 서울 롯데호텔로 자리를 옮겨 기습 처리했다고 한다. 그는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KB지주 회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인물이다. 당시에도 예상치 못한 응모여서 정권 핵심부와의 교감설이 나왔다. 금융당국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씨티은행 부행장을 지낸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인연이 입방아에 올랐다. 이번에도 KB 회장 낙마에 따른 보은인사설이 파다했다.
 
이사회 구성원인 은행장들도 모르는 사이에 금융위 관계자가 내정 사실을 흘릴 정도이니 단순히 세간의 짐작이 억측은 아닌 듯하다. 금융을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비판여론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안하무인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하 회장의 낙하산 여부를 둘러싼 진위를 떠나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은행연합회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순수 민간단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그동안 관료 출신을 회장으로 내려보냈다. 역대 회장 10명 중 8명이 관료 출신이다. 금융자율과 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적폐가 아닐 수 없다.
 
하 회장은 물론 관료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사회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은행연합회 회장 내정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이사회 구성원인 은행장조차 우리도 모르는 낙점 소식이 돌아다닌다고 푸념했을 정도다. 그러니 씁쓸한 웃음이 나오는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하 회장은 임기가 남은 한국씨티은행장 직을 던진 뒤 KB금융지주 회장에 응모할 때부터 낙하산 소문이 무성했다. 그런 그가 KB 회장에서 낙마한 지 한 달 만에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선임되자 ‘KB 회장 낙선에 대한 보상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행태인가.
 
이번 은행연합회장 선임은 금융위가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든 뒤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모범규준에는 금융사 CEO 및 임원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의무화와 함께 CEO 압축 상황 공시 방안도 포함됐다. 스스로 CEO 선임 과정을 핫바지로 만들면서 금융사에 규준안을 지키라고 말하는 것 자체는 이율배반이다. 당연히 내정설을 흘린 금융위 관계자는 물론 배후를 밝혀야 한다. 당국의 위세에 눌려 꼬리를 내린 은행연합회의 모습도 애처롭다. 최근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자율로 회장을 뽑은 것과 너무나 대비된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교훈을 무시한 대가가 재앙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요즘 금융권 인사를 보면 정부가 과연 실패에서 뭘 배웠는지 의심스럽다.·현 정권 실세를 등에 업고 각기 자리를 차지한 KB금융의 두 경영자가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키다 파국을 맞은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그런 막장 드라마사태를 겪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그러고도 어찌 금융개혁을 입에 올리는가.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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