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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민영화-'예고된 실패'
우리은행 민영화-'예고된 실패'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11.29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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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의 입찰 불참 '미스터리'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가 또 다시 실패했다. 벌써 네 번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치고도 최소 2개 기관이 응찰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외환위기 당시 휘청대던 우리은행을 구하려 투입된 혈세 13조원의 회수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우리은행 민영화 무산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은행을 살 수 있는 자금과 능력, 그리고 자격을 갖춘 곳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분 매각을 공언했다 발빼기를 되풀이하는 정부의 금융보신주의가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당초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을 두고 국내에선 교보생명과 새마을금고, 해외에선 중국 안방보험과 공상은행 등이 유력한 입찰 대상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 영업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3조원 내외로 추산되는 인수가격이 걸림돌이란 관측 속에 자금력을 갖춘 안방보험만 입찰에 응했다.
 
이 가운데 의아스러운 점은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교보생명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점이다. 교보생명은 해외투자자와의 막판 의견 조율 실패로 입찰에 실패하지 않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명확한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인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는지 아니면 경영권 지분 인수에 해외투자자와 의견 차이가 있었는지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실 입찰참여 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은 이해가 가지만 이미 매각이 무산된 마당에 이유를 밝히지 않을 이유는 없다.
 
더욱이 교보는 당초 입찰 참여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해외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의욕을 보여왔다. 예비입찰 마감을 앞두고 열린 경영위원회에서는 지분 인수 규모와 가격까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교보생명의 입찰 불참을 놓고 '참여를 안한건지, 못한건지' 의문이 커진다.
 
특히 이번 입찰에는 중국 안방보험만이 단독 참여하면서 교보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유력 인수 후보자로 꼽히던 교보가 입찰에 참여했더라면 경쟁입찰이 성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으면서 교보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보는 법규상 직접 조달이 가능한 자금이 13,000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다른 기관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3조원이라는 인수 자금 마련이 문제였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반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교보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개인이 대주주인 교보에 우리은행을 넘길 경우 특혜 시비가 일어날 것에 부담을 느껴왔다. 또 은행을 경영한 적이 없는 보험사가 인수하는 것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 신창재 회장 개인이 지분 34%를 보유한 회사라는 점이 은행을 소유하기에 부적격이라는 여론이었다.
 
2010년 이래 네 번째로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실패한 정부는 다시금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교보생명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당국과의 사전조율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비입찰자들을 기준 미달을 이유로 본입찰에서 탈락시키는 것보다는 아예 진입을 막아야 책임론에서 다소 나마 자유로워질 것이란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경영권지분을 살 여력이 있는 주체는 은행 소유에서 사실상 배제된 산업자본과 외국자본 뿐이다. 게다가 은행 수익성 악화로 매물의 매력이 없다는 점에서 예고된 실패라고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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