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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십절을 앞둔 대만의 풍경
쌍십절을 앞둔 대만의 풍경
  • 허영섭
  • 승인 2014.10.1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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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허영섭 / gracias1234@edaily.co.kr   언론인, 칼럼니스트.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허영섭칼럼>‘국경일에 바람 불고 쌀쌀할 듯(National Day to be windy, cool).’ 엊그제 대만 중앙통신(CNA)의 보도로 전해진 영문 뉴스의 제목입니다. 건국기념일인 내일의 쌍십절(雙十節)을 앞두고 날씨가 흐려질 것임을 예보하는 내용입니다. 남쪽에서 다가오는 19호 태풍 봉퐁(Vongfong)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더라도 이로 인해 해안지역의 풍랑이 거세지고 지역적으로 비가 오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대만 내부의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보노라면 이 기사가 단순히 날씨 예보 기사 같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건국 103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정치·사회적인 기상도(氣象圖)에도 바람이 불고 잔뜩 구름이 끼어 있는 상태입니다. 중국과의 양안 관계에 대한 국민들의 갈등과 불만이 계속 제기되는 데다 사회적으로도 예기치 못했던 여러 문제들이 불쑥불쑥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펑후(澎湖)섬에서의 여객기 추락 참사에 연이어 제2의 도시 가오슝(高雄)에서 일어난 지하 가스관 연쇄폭발 사고만 해도 보통 있을 법한 사고는 아니었습니다. 이 두 사고로 숨진 여든 명에 가까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관공서와 학교마다 내걸렸던 조기(弔旗)는 내려졌지만 폐식용유를 가공식품에 사용했다는 파문이 확대되면서 전국적으로 식품 폐기처분 사태가 일어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입니다.

집값 폭등에 항의하는 집단시위 사태는 더욱 심각합니다. 시민들은 총통부 앞거리에 몰려들어 주택정책 개선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데 이어 ‘민달팽이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노숙 시위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이 타이베이 시장을 맡았던 15년 전과 비교해서 봉급 수준은 거의 그대로인데 주택값은 세 배나 올랐다고 주장합니다. 아파트 가격이 1제곱미터에 3만3000 US달러, 그러니까 평당 1억원이 넘는 경우까지 등장했으니, 이들의 주장이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회적인 민생 문제도 적지 않은 고민거리려니와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논란과 마찰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대만의 당면 문제입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과연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개념 안에서 머무를 것이냐, 아니면 정치적으로는 물론 역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룰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지난 3월 대학생들의 기습적인 입법원 점거농성이 이러한 논란을 본격적으로 촉발시키는 결정적인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중국과의 서비스협정 체결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결과였지만 그 밑바탕에는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통합을 이루게 된다면 끝내 흡수 합병되기 마련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던 것이겠지요.

최근에는 독일의 도이체 벨레(Deutsche Welle) 방송이 마 총통의 발언을 잘못 보도함으로써 문제를 키웠습니다. 그가 “동서독이 1990년 통일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양안 통일에 있어서도 하나의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했던 것입니다. 앞으로 대만이 중국과 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으므로 당연히 거부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 총통의 실제 발언은 “동서독이 서로 관계를 개선해 나가던 과정에서의 교훈을 배우고 싶다”는 정도였습니다. 통일보다는 서로 대등한 입장을 강조하는 어조였습니다. 뒤늦게 도이체 벨레가 오보를 인정하고 기사를 수정하기는 했습니다만 마 총통은 이로 인해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외국 언론의 오보로 인해 공연히 오해를 사게 됐던 것입니다.

마 총통이 타이베이 시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가 어느 대학생이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던지는 바람에 봉변을 당했던 것이 그런 때문이었습니다. 총통실 경호원들이 즉각 달려들어 제지시키는 과정에서도 그 대학생은 “대만은 대만이고, 중국은 중국이다“라고 외쳐댔다고 합니다. 중국과의 통일을 이루는 데 대한 일반의 거부감이 어떠한 수준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대학생이 던진 책이 ‘배반당한 포모사(Formosa Betrayed)’라는 제목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2차대전이 끝난 직후 대만에서 미국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조지 커(George H. Kerr)가 지은 것으로, 대만이 중화민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주민들의 정치적 권익이 침해당했음을 지적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중국과의 정치적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기를 바라는 독립론자들의 필독서로 간주되는 책이라고도 합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사태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1국가 2체제’라고 하면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상황에서 앞으로 대만도 비슷한 처지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코틀랜드 독립투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독립이 결정되었다면 대만 사회에도 새로운 전환점의 동력으로 작용했겠지만 독립이 무산됨으로써 그러한 기대도 풀이 꺾인 듯한 느낌입니다.

아예 중화민국이라는 국호를 고치자며 개헌론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건국 직후 임시 총통을 맡았던 쑨원(孫文)이 곧바로 사임하고 위안스카이(袁世凱)에게 통치권이 맡겨졌을 때 이미 중화민국이라는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지요. 그 뒤 본토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고(1949년), 대만이 유엔에서 축출됐으며(1971년), 본토수복 의지를 공개적으로 포기함으로써(1992년) 중화민국의 정체성을 더욱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내일 저녁이면 타이베이 101빌딩에서는 국경일을 경축하는 야간 불꽃놀이가 성대하게 열릴 것입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빌딩이니 만큼 불꽃놀이도 볼만하겠지요. 그러나 앞서의 일기예보대로 태풍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염려스럽습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됐던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중국 요우커(遊客)들이 세계 주요 도시의 관광지와 슈퍼마켓을 휩쓸고 지나간 뒤끝이어서 더욱 대비가 되는 대만의 쌍십절 풍경입니다.

#"이 칼럼은 '자유칼럼그룹'의 '허영섭 세상만사'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   허영섭 / gracias1234@edaily.co.kr

 

언론인, 칼럼니스트.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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