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연강(延江)시대'가 활짝 열렸다.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주요 금융기관 수장들의 출신 대학에도 뚜렷한 변화가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권을 호령했던 고려대 출신은 씨가 마르는 상태다. 대신 연세대와 서강대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등장하면서 ‘연강(延江) 시대’가 개막했다.
금융지주, 은행 등 총 15개 기관의 CEO 출신대학을 분석한 결과 고려대 출신은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유일하다. 지난 정권에서 ‘4대 천황’이라 불리던 4대 금융지주 CEO 중 3명(어윤대ㆍ김승유ㆍ이팔성)이 고려대 출신이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서 행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 정권 초기 잘 나갔던 성균관대 출신의 약진도 다소 기세가 꺾였다. 성대 출신인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은 서강대 출신인 이덕훈 행장에게 바통을 넘겨줬고,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도 외환은행과 조기 통합을 위해 야인으로 돌아갔다. 이순우 우리은행장도 최근 연임을 포기했다. 그래도 4대 금융지주 CEO 중 2명이 성대 출신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최근 취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그들이다.
지난 정권에서 한명도 없었던 서강대 출신은 이덕훈 수은 행장과 홍기택 산업은행장이 양대 국책은행장 자리를 꿰차면서 화려한 서막을 열었다. 얼마 전 이광구 차기 우리은행장이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논란’에도 당당히 CEO반열에 올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현재 금융권의 대표적 연세대 출신 인사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도 연대 출신이다. 서울대 출신은 씨가 마르고 있다. 서울대 출신이었던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 등이 사라지고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