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앞 벤치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나...그 여학생이 훗날 아내가 된 신명진 씨
[금융소비자뉴스 정연임 기자] “나의 남은 여생은 오로지 아내를 위해 있다. 맹세한다.”
오풍연 작가가 2024년 1월 28일 「결국은 부부뿐」에 남긴 글이다. 오 작가는 아내의 건강이 나빠진 뒤 자신의 일상도 바꿨다.
최근 부크크에서 발행된 『자기가 나보다 오래 살아야 해』는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쓴 칼럼을 모은 에세이다. 부제는 '새벽 2시에 쓴 아내와 가족, 그리고 사람 이야기'다. 전체 PDF 295쪽, 5부로 구성됐다. 아내와 가족, 삶과 행복, 친구와 사람, 일과 일상의 기록이다.
1985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앞 벤치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카투사 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준비하던 오풍연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사학과 여학생에게 마음이 끌렸다. 밝게 웃던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그 여학생이 훗날 아내가 된 신명진 씨다.
이듬해 언론사 시험을 준비할 때 아내는 도서관 자리를 잡아줬다. 오 작가는 서울신문 기자와 KBS PD 시험에 합격했다. 기자의 길을 택했고 1987년 11월 17일 결혼했다.
젊은 날 아내에게 했던 약속도 기억하고 있다
저자는 그 시절을 여러 차례 돌아봤다. 아내가 없었다면 기자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아내를 꼽았다.
젊은 날 아내에게 했던 약속도 기억하고 있다. 결혼하면 호강시켜 주겠다고 했다. 기자생활은 바빴고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다. 아내는 가정을 돌봤다. 남편은 일에 매달렸다. 그는 그 시절을 돌아보며 아내에게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적었다.
저자의 아내는 소뇌위축증을 진단받았다. 2024년에는 혼자 외출하기 어려울 만큼 거동이 불편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밝게 웃던 아내였다. 대학 동기들과 여행도 다녔다. 그런 아내의 생활이 달라졌다.
밤중에 아내가 화장실에 갈 때면 일어나 도왔다. 외출할 때는 손을 잡고 걸었다. 출장 중에도 아내가 식사를 했는지, 별일 없이 지내는지 확인했다. 아내를 보살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글도 여러 편 실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오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 1월 21일의 기록에는 책 제목이 된 부부의 대화가 나온다. 남편은 아내에게 오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보다 오래 살아야 한다고 했다. 몸이 불편한 자신을 보살펴 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 말을 받아들였다. 아내를 돌보려면 자신부터 건강해야 했다.
여의도공원을 걷던 날의 기록도 남아 있다. 예전에는 한 바퀴를 돌던 부부가 이제는 절반도 걷기 어려워졌다. 아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리가 힘들다는 아내의 말도 들었다.
한때는 운동을 위해 걷던 길이었다. 이제는 아내와 함께 걷는 길이 됐다.
목동 백화점에서 단둘이 식사한 날도 있다. 아내가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저자는 아내가 잘 먹는 모습을 보며 만족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이 무심했다고 적었다. 외출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옷을 고르고 미장원에 가는 일을 좋아했다. 외출할 때 예쁘게 입고 싶어 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의 마음을 기록했다. 몸이 불편해졌다고 좋아하던 일까지 모두 내려놓은 것은 아니었다.
2024년 8월 1일에는 아내가 대학 동기들의 해외여행 소식을 듣고 울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에는 함께 여행하던 친구들이었다. 이제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었다.
남편은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다. 곁에 자신이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적었다.
한 언론인이 살아온 세월을 통해 일과 사람, 가족과 사랑의 의미
아들 인재의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말벗이 되고 집안일을 도왔다. 저자의 기록에 따르면 2024년 10월 충북 진천으로 직장을 옮긴 뒤에는 주말마다 서울 집을 찾았다. 부부는 아들이 돌아오는 금요일을 기다렸다.
아들이 집에 오는 주말이면 세 식구가 함께 식사했다. 아내와 아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저자도 기뻤다. 가족이 함께 앉아 밥을 먹는 시간이 좋았다.
책에는 부모와 장모, 다섯 남매, 오랜 친구들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저자의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가 다섯 남매를 키웠다. 저자는 어머니의 온화한 성품과 생활력을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준 중요한 자산으로 기억한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그런 생각이 드러난다. 오풍연은 누군가를 만나면 밥을 사는 일을 즐긴다. 아내는 경비원과 택배기사에게 작은 정성을 건넸고, 저자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식사비를 내려고 했다.
오 작가는 새벽 1~2시에 일어나 칼럼을 써왔다. 기자생활을 마친 뒤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2018년에는 칼럼방을 만들었다.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일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고, 가능한 일을 찾아 움직였다. 남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할 일을 찾으려 했다.
오풍연 작가는 새벽 1~2시에 일어나 칼럼을 써왔다. 기자생활을 마친 뒤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2018년에는 칼럼방을 만들었다.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일이었다.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돌아본 삶의 기록
아내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생활의 우선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주말 외출을 줄이고 아내 곁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혼자 떠나는 출장길에는 걱정이 앞섰다. 자신의 건강도 더 신경 써야 했다.
이 책은 아내를 향한 사랑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돌봄을 맡은 가족의 현실도 담았다. 남편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아들과 돌봄 종사자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 저자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병원 방문과 식사, 아내와 나눈 대화까지 날짜를 붙여 기록했다. 때로는 미안함을 털어놓고 자신의 부족함도 인정했다.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는 바람은 크지 않다. 아내의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함께 지내는 것이다.
한때는 아내가 도서관 자리를 잡아주며 남편의 앞날을 도왔다. 책을 덮은 뒤에는 아내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걷던 남편의 모습이 오래 남는다.
『자기가 나보다 오래 살아야 해』는 아내와 함께한 세월을 돌아보며, 아픈 가족을 돌보는 일과 남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려는 남편의 마음을 기록한 책이다.
한 언론인이 살아온 세월을 통해 일과 사람,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돌아본 삶의 기록이다. 독자에게는 가까운 사랑의 소중함을 더 늦기 전에 깨닫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되묻게 한다.
<오풍연 작가 프로필>
오풍연 작가는 1960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12월 서울신문에 입사해 법조·정치 분야 기자로 활동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사, 서울신문 국장, 논설위원, 법조대기자 등을 지냈다.
언론계를 떠난 뒤 민간기업 고문과 한국교직원공제회 회원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2018년부터 오풍연칼럼방을 운영하며 글쓰기를 이어왔다.
주요 저서로 『남자의 속마음』, 『오풍연의 행복론』, 『아침에 집을 나서는 게 중요하다』 등이 있다. 『자기가 나보다 오래 살아야 해』는 2026년 11월 2일 부크크에서 발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