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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가 던진 질문…누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호르무즈가 던진 질문…누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 윤영호
  • 승인 2026.08.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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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의 '세계의 경찰' 역할...그러나 미국의 동맹 정책은 점차 비용과 이익의 관점에서 재조정
국제질서는 영원한 약속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만나는 지점서 유지...외교 수사만으로 읽어선 안 돼

[윤영호 칼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안전이 절실한 한국과 일본, 독일 등 주요국에 이란과의 전쟁상태에서 군함파병등 역할 분담을 요구했을 때, 과연 상대국들의 즉각적인 호응이 쉬울 것이라고 기대했을까.

그렇게 단순하게 볼 일은 아니다. 국제정치에서 요구는 때로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상대의 선택지를 좁히고 다음 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되기도 한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최근의 한반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습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하면서 북한 김정은과의 관계와 연내 대화 가능성을 거론했다.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은 그렇게 반토막으로 끝났다. 

한국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의 안보 관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같은 동맹국에는 적지 않은 충격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훈련 기간과 일부 야외훈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이어졌고, 북한은 이를 대화 재개의 충분한 조치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롱과 함께 미사일을 발사했다.

외교나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만이 아니다. 상대가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바로 그런 국제정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과거 미국은 세계 해상 교통로의 안전과 자유로운 항행을 사실상 국제공공재처럼 제공해 왔다. 물론 미국의 국익과 무관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맹국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안에서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안보와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호르무즈의 문제는 석유서 안끝나...유가와 환율, 달러와 국채, 산업 경쟁력은 '하나의 사슬'

그러나 이제 질문이 달라지고 있다. “그 비용을 왜 언제까지 미국만 부담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트럼프식 외교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미국 내부에 축적된 구조적 변화의 반영이기도 하다. 막대한 재정적자, 해외 개입에 대한 피로감, 제조업 회귀와 에너지 경쟁력에 대한 관심,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 겹치면서 미국의 동맹 정책도 점차 비용과 이익의 관점에서 재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호르무즈가 상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해협의 위기라도 모든 나라가 같은 손익계산서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에 따른 유가 인상이 이제는 세계최대 산유국이 된 미국에게 더 이상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호르무즈의 문제는 석유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가와 환율, 달러와 국채, 산업 경쟁력은 하나의 사슬처럼 연결돼 있다.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수입국은 더 많은 외화를 필요로 한다. 국제 원유 거래가 여전히 달러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에너지 위기는 달러 수요와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고유가로 늘어난 산유국의 자금 역시 다시 세계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

미국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국채 발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에너지와 금융의 연결고리는 더욱 중요한 전략 변수다. 석유의 흐름이 달러의 흐름과 연결되고, 달러의 흐름이 국채와 금리로 이어지는 구조를 무시하고 국제정세를 읽을 수 없는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 지나는 미 해군 함정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사회서 영원한 우방-영원한 적대국이라는 말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영원히 변치 않는 국익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경계할 점이 있다. 호르무즈의 긴장과 고유가를 누군가가 단순히 의도적으로 조종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 국제정세는 하나의 비밀 설계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쟁과 외교, 금융과 산업, 국내 정치가 얽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강대국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를 어떻게 자국의 국익과 연결할 것인지를 계산한다는 사실이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도, 러시아도, 유럽도, 일본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과 영원한 적대국이라는 말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국익의 계산이다.

한국이 특히 냉정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안보는 미국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경제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며, 해외수출이 경제의 생명줄이다.

호르무즈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수출이 영향을 받는다. 한반도 정세가 바뀌면 안보의 토대가 흔들린다. 우리는 어느 하나의 변수만으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지정학적 교차로에 서 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동맹을 부정하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동맹에만 운명을 맡기지 않는 각자도생이다.

동맹은 중요하다. 오히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동맹의 가치는 스스로 설 수 있는 국가와 손을 잡을 때 커진다. 의존은 보호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의 전략이 바뀌는 순간 가장 큰 취약점이 될 수 있다.

동맹은 중요하지만 자동 작동 안 해...협력하되 의존 말고, 우방 신뢰하되 최악의 경우 준비해야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에게 벌거벗은 거울 하나를 들이밀고 있다.

그 거울 속에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본다. 동맹은 중요하지만 자동으로 작동하는 보험이 아니다. 국제질서는 영원한 약속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유지된다. 평화로운 날에는 의존이 효율처럼 보이지만, 위기의 날에는 그것이 취약성으로 바뀐다.

이제 국제정세를 겉으로 드러난 외교 수사만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누가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누가 무엇을 얻고, 누가 어떤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가를 살펴야 한다.

호르무즈에서 시작된 질문은 결국 한반도로 돌아온다. “누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협력하되 의존하지 말고, 우방을 신뢰하되 최악의 경우를 준비해야 한다. 국제정세의 속내를 읽고 우리의 취약성을 먼저 메우는 나라만이 불확실성의 파도를 건널 수 있다. 거대한 지정학의 파도 속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각자도생의 길, 그렇게 단순하고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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