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초 설립한 티시스능동에는 각각 12.66%씩....재작년 이후 설립한 티투와 흥국리츠운용에도 모두 지분참여
-경제개혁연대, 작년 공정위에 두 사례에 대해 부당이익제공 또는 회사기회유용 혐의 있어 보인다며 이미 공식조사 요청
-전문가들 "남매 지분 확대는 경영권승계 대비용인 듯"...태광 "대주주 책임과 리스크 부담 차원에서의 지분 참여일 뿐"
[금융소비자뉴스 정진교 기자] 태광그룹이 작년부터 새로 벌이고 있는 부동산개발사업용 특수목적법인(시행사) 2곳에도 이호진 전 회장의 두 자녀들이 새로 지분 참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두 자녀는 2024년 말 이후 새로 생긴 애경산업 인수 참여용 펀드회사와 흥국리츠운용에도 지분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최근 태광그룹이 벌이고 있는 신사업들에 대부분 적극 참여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4일 태광산업이 최근 공시한 대규모기업집단현황에 따르면 태광그룹 IT 및 부동산관리 전문기업인 티시스가 서울 염창동 지역 부동산개발 사업을 위해 새로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인 티시스염창PFV(이하 티시스염창)에 이호진 전 회장 장남 이현준씨(33)와 장녀 이현나씨(31)의 지분이 보통주 기준으로 각각 10%씩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보통주 지분은 티시스 80%다. 보통주 외에 우선주 출자도 있는데, 이는 한국자산신탁이 100% 출자했다.
또 티시스가 서울 광진구 능동 지역 부동산개발사업을 위해 세운 SPC인 티시스능동피에프브이(이하 티시스능동)에도 이현준씨와 이현나씨 지분이 각각 12.66%(보통주 기준)씩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보통주 지분 중 55.70%는 티시스가 갖고 있고, 화지홀딩스(12.66%), 개인 이윤서씨(5.06%), 티에이치에이엠씨(1.27%) 등도 보통주 지분을 갖고 있다. 우선주 지분은 티에이에이엠씨가 79.96%, 한국자산신탁이 20.04%씩을 갖고 있다.
티시스염창은 작년 9월4일, 티시스능동은 지난 1월15일 각각 설립됐다. 태광그룹은 이 두 SPC 외에 서울 강남 도산공원 일대 부동산개발사업을 위해 지난 4월1일자로 티시스도산공원피에프브이(이하 티시스도산공원)도 설립했다. 이 SPC에는 두 자녀 지분이 없다. 보통주 기준 태광산업이 68.42%, 티시스가 31.58%씩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세 SPC 중 현재 사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티시스염창이다. 약 2600억원을 들여 매입한 서울 강서구 염창동 옛 국민은행 전산센터 부지에 355세대의 아파트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알려져있다. 티시스염창의 작년 말 자산은 2955억원, 부채 2857억원씩이고, 부채 중 차입금이 2842억원에 달한다.
자본금이 100억원이고 이 중 우선주 출자도 있어 이현준, 이현나씨의 출자금은 각각 10억원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대부분의 부동산 시행사들처럼 티시스염창도 대부분 차입금으로 사업을 시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작년 매출은 없었고, 2439억원의 영업적자와 24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작년에 냈다.
대부분 차입으로 사업을 시행 중인 시행사들은 사업 초기에 보통 대규모 적자를 낸다. 나중에 분양에 성공하면 한꺼번에 대규모 흑자를 내 그동안의 적자를 까는 방식이다.
티시스능동과 티시스도산공원의 자본금은 각각 50억원이다. 티시스능동의 이현준-이현나 남매출자액은 각각 6억원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티시스능동의 작년 말 자산은 자본금 전액인 50억원에 아직 그치고 있다. 신생 시행사여서 올해부터 차입금 등을 본격적으로 늘려 사업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준-이현나 남매는 작년 태광그룹의 애경산업 인수에 참여한 티투프라이빗에쿼티(이하 티투 T2) 지분 각각 9%씩도 갖고 있다. 티투의 나머지 지분은 티시스와 태광산업이 각각 41%씩이다. 애경산업의 현재 최대주주는 태광산업(31.56%)과 뷰티라이프원(31.56%)인데, 이 뷰티라이프원의 사실상 최대주주가 티투다.
총수 자녀라고 해서 이런 부동산개발 시행사 주주가 되지말라는 법은 없다. 자기가 번 돈을 바탕으로 자기 능력으로 사업을 하거나 주주가 된다면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능력이 아니라 아버지나 아버지 회사 도움이 있다면 특히 자산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태광산업이나 티시스가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는 새 사업에 총수 자녀들을 슬쩍 끼게 했다면 ‘회사기회 유용’혐의를 받을 수 있다. 또 티시스염창이나 티시스능동에 계열사들이 자금을 빌려주거나 다른 방식으로 적극 도와줄 때도 부당 일감몰아주기나 사익편취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그 판단은 공정위나 국세청이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개혁연대는 작년 10월 이호진 전 회장 두 자녀의 티투 및 흥국리츠운용 지분 소유와 관련, 공정위에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제공행위금지(사업기회 제공)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공식 요청을 한 적이 있다.
태광그룹은 부동산개발사업 본격화를 위해 2024년12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티투(T2PE), 작년 4월에는 부동산 자산관리 계열사 흥국리츠운용을 잇따라 설립했다. 티투와 비슷하게 흥국리츠운용도 티시스 지분 82% 외에 이현준-이현나 남매가 각각 9%씩 지분을 출자했다. 이 지분도 현재도 그대로 있다.
흥국리츠운용은 작년 10월 흥국생명빌딩을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빌딩의 매입⋅매각시 수수료와 매각차익에 따른 별도의 성과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개혁연대(경개연)는 총수 두 자녀가 이 두 회사 지분을 18%씩이나 소유해야할 마땅한 이유나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오히려 두 자녀의 이익을 위해 이런 소유구조를 만든게 아닌가 의심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당시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의 ‘사업기회 제공행위 규제’란 총수와 특수관계인이 지배주주의 지위를 남용, 계열사가 수익성 높은 사업을 할 기회를 특수관계인에게 제공해 계열사가 누려야할 경제상 이익이 총수일가 등에게 이전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경개연은 두 계열사의 경우 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태광산업과 티시스의 사업기회 제공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신속하고 면밀한 조사를 실시하고 위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해야 한다고 당시 지적했다. 이 건은 현재 공정위가 조사 중일 것으로 추정된다.
티시스염창과 티시스능동도 이 두 건과 내용 상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사업기회 제공이나 사업기회유용 의혹을 충분히 받을만한 내용들이다.
특히 티시스염창의 경우 이미 그룹 계열사들의 대규모 자금지원을 받아 부동산개발을 추진한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태광산업 공시에 따르면 티시스염창은 작년 말 기준 흥국생명에서 300억원, 흥국화재에서 200억원, 티시스에서 1262억원 등 모두 1762억원을 차입하고 있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의 2년 만기 차입금 금리는 5.4%이고, 티시스 차입금 금리는 각각 4.6%, 4.4%다. 이렇게 금리가 서로 다른 이유는 공시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두 자녀 지분이 역시 있는 흥국리츠운용은 작년에 올린 매출 102억원 전부(100%)를 계열사들에서 올렸다.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100%라는 얘기다.
공정위 소식에 밝은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일감몰아주기 관련 제재나 논란이 여러차례 있었던 티시스에 대해 몇 년째 공정위가 조사 중인데, 작년 경제개혁연대 조사요청 건도 같이 유심히 보고있는 중인 것으로 안다”며 “티시스염창과 티시스능동 건도 여기에 추가해 조사하거나 앞으로 들여다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티시스의 총수일가 지분을 보면 이호진 전 회장이 4.23%, 이현준씨 11.30%, 이현나씨 0.55%, 이 전 회장 부인 신유나씨 0.55%, 이 전회장 조카인 이원준씨 2.08% 등으로 친족합계가 14.49%다. 공정위의 사익편취규제대상기업 기준인 20%에 못미친다.
주력 계열사들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도 각각 46.33%, 31.55%를 갖고 있다. 이 또한 ‘최대주주측 지분이 20% 이상인 기업이나, 이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갖고있는 계열사’로 규정돼 있는 공정위 사익편취규제대상 기업 기준을 공교롭게도 모두 피했다. 과거에는 모두 이 기준 이상이었는데 공정위가 계속 단속과 조사를 하자 이 기준 아래로 모두 낮춘 것으로 알려진다.
공식적으로 사익편취규제대상 기업이 아니더라도 내부거래 비중이 너무 높거나 부당내부거래 의혹이 있으면 공정위가 직권으로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 티시스의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다.
작년 국내에서 올린 매출 3428억원 중 2234억원을 계열사들이 올려주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무려 65%에 이른다. 그룹 전산관리와 부동산관리를 주로 전담하다보니 아무래도 계열사 거래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그룹들도 대개 IT관련 기업은 내부거래비중이 높다. 그래도 공정위에 잘 걸리지 않는다. 조심조심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티시스는 과거 어러 차례 공정위 단속망에 걸렸다. 그래서 더더욱 조심해야할텐데 앞에서 보듯 작년 이후에도 모두 4개 신생 계열사에서 오너 3세들과 새 사업을 벌이며 또 계열사의 각종 도움을 거침없이 받고 있다.
한편 티시스와 이들 4개 신생 계열사 외에 이현준-이현나 남매의 지분이 있는 다른 계열사들을 보면 주력기업인 대한화섬과 이채널에 이현준 지분이 각각 3.15%, 6.13%씩 있고, 티알엔에는 이현준 39.36%, 이현나 1.24%가 있다. 흥국증권에는 보통주 지분은 없으나 이현준씨가 우선주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장남 이현준씨의 경우 비록 최대 주력기업인 태광산업 지분은 없지만 무려 9개사 지분을 골고루 갖고 있다. 그룹 보직이 아직 없고 나이도 만 33세에 불과한 오너3세 치고는 이미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런데도 또 작년 이후 신생 계열사 4곳에까지 지분을 넓힌 것은 아무래도 경영권승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추후 덩치가 큰 주력 계열사들까지 물려 받으려면 승계자금이 더 많이 필요할텐데, 워낙 사회적 감시망이 많다보니 이제는 부동산시행사업에까지 관심을 갖고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태광 관계자는 "부동산 시행이 사업 특성상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대주주의 책임과 리스크 부담 차원에서 지분에 참여한 것을 뿐 경영권 승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