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작년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0%를 돌파했다. 차량 접촉 사고가 유독 많은 12월 기준으로도 1990년대 이후 10여년만에 최고치다.
손해율은 교통사고 등으로 보험 가입자나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보험료 수입액으로 나눈 값이다.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올리거나 낮추는 기준이 된다. 이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 높으면 보험회사는 적자를 보게 되며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손보사들이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적정 손해율은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77% 정도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작년 12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삼성화재가 107%(잠정치 기준)로 전달의 80.9%에서 26.1%포인트나 급등했다. 한 달 새 손해율이 이처럼 오른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또 같은 기간 동부화재도 89.5%에서 102.5%로, 현대해상은 89.2%에서 99.5%, LIG손해보험은 89.1%에서 98.5%로 각각 뛰어 올랐다.
이 밖에 악사(AXA)손보, 하이카다이렉트 등 온라인 보험사의 경우 평균 110% 안팎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손해율 급등은 기상 이변과 마일리지(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 할인), 블랙박스(차량용 주행영상 기록기 창착 시 보험료 할인) 특약 등 시장 경쟁에 따른 보험료 할인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작년 12월엔 기록적인 한파와 잦은 폭설로 차량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손보사 긴급출동 건수가 252만3091건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157만1540건보다 6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특별 대책반을 가동해 교통사고 줄이기 등 손해율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함에 따라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 카드’를 또 검토하는 등 자동차 보험료 인상 얘기도 불거져 나오고 있어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된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이달부터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3.2%, 업무용 차량 보험료를 2.9% 각각 높였다. 작년 7~8월 보험료를 업계 평균(2.5%)보다 큰 2.8~3.1%씩 낮췄다가 당시 인하폭보다 더 많이 올린 것이다. 회사 측은 “적정 손해율을 따져본 결과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일시적인 손해율 급등을 가지고 보험료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으로 손보사들의 일률적인 보험료 인상에 부정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월별로 높낮이를 따져 보험료 인상 또는 인하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최소 6개월 이상 추세를 지켜보고 1년의 손해율을 점검하여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 인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보험사들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