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임주현 모녀 측 후보 6명 전원 탈락...한미사이언스 이사회, OCI와 통합 반대파가 5 대 4로 과반 차지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OCI와의 통합을 두고 진통을 벌여온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이로써 한미그룹이 추진해오던 OCI홀딩스와의 통합이 무산됐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간 통합 향방이 걸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형제의 손을 들어줬다.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5명이 모두 선임됐다.
28일 한미사이언스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라비돌 호텔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의 건을 포함한 4건의 의안을 의결했다. 이날 참석한 주주는 2160명, 주식 수는 5962만4506주로 이는 의결권 있는 주식수의 88.0%에 해당한다.
이날 주총에서 '이사 신규 선임의 건'은 증권가와 제약산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모녀 측은 6명을, 형제 측은 주주제안을 통해 5명의 이사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사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계획이 뒤집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 기존 이사진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사외이사 3명 등 총 4명이다. 여기에 정관에 따라 추가로 6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데, 후보자가 최대 인원인 6명을 초과함에 따라 각 이사 후보자 전원에 대해 표결을 실시했다.
표결 결과 주주제안 측 후보인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사내이사) ▲임종훈 전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 고려대 특임교수(기타비상무이사)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사외이사) 등 형제 측 추천 후보자가 전원 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후계자 임주현 부회장 입지 '주목'
모녀 측이 제안한 후보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사내이사)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사내이사)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기타비상무이사)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전임교수(사외이사)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사외이사) ▲박경진 명지대학교 경영대학(사외이사) 교수는 모두 선임되지 않았다. 임주현 후보이사의 사내이사 찬성률은 42.1%였고, 그 외 이사 후보 모두 찬성률은 50% 미만으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형제를 중심으로 이사회가 재편되면서 한미그룹이 추진 중이던 OCI그룹과의 통합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전체 9명 중 5명이 형제 측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형제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경영권 교체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한미약품그룹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둘러싸고 3개월 가까이 경영권 분쟁을 벌여 왔다. 지난 1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이 주식양수도 등의 계약 체결을 통해 OCI홀딩스와 통합을 선언했지만 임종윤·종훈 형제가 정면으로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
한미그룹은 통합을 위해 2400억 원 상당의 한미사이언스 보통주 643만 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OCI홀딩스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형제 측은 한미-OCI 통합에 반기를 들고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한편 주총 직후 OCI그룹은 통합 중단 방침을 알렸다.
OCI홀딩스는 이날 한미약품 주주총회에서 양사 간 통합에 반대해온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주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통과된 것과 관련,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고 밝혔다.
OCI 측은 "향후 통합 재추진 계획도 없다"고 잘라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