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규모 16억 원 규모의 자동차수리 및 부품유통업체가 인수
- 기업가형 소상공인 '라이콘(LICORN)' 대표 사례, 회생 가능성 의구심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위스키, 하이볼, 일본산 맥주 등에 밀려 국내 수제맥주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제맥주 상장사 제1호’로서 이른바 ‘테슬라’ 요건(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특례)으로 2021년 코스닥에 상장했던 제주맥주의 경영권이 매각됐다.
20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의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지분율 0.17%)와 문 대표의 부친인 문성근 대표가 최대주주인 엠비에이치홀딩스(지분율 14.62%)는 보유 주식 864만 주와 경영권을 101억 5600만 원에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하기로 했다.
제주맥주는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2021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나 주류 트렌드 변화 등 계속된 적자 등 사업부진이 심화, 작년 매출 224억 원, 영업손실 109억 원을 기록하며 직원 40% 희망퇴직도 단행하는 등 특단의 자구노력까지 기울였으나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맥주 주식 1주당 1175원에 인수하기로 더블에이치엠(대표 정승국)은 2021년 6월 서울 장한평 차 매매단지 인근에 설립, 작년 말 기준 매출 27억 원, 자산 규모 16억 원, 순이익 3억 2300만 원 규모의 자동차 수리 및 부품유통 중소기업이다.
제주맥주의 경영권은 오는 5월 8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잔금 지급과 동시에 지분율 14.79%로 최대주주가 되는 더블에이치엠이 지정한 이사, 감사가 선임되면서 더블에이치엠에 이전될 예정이다.
더블에이치엠은 5월 30일로 예정된 100억 원 규모의 3자 배정(지와이투자조합) 신주인수권 944만 2871주 발행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 대금을 충당할 계획인데,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더블에이치엠은 경영권을 유지하되 최대주주는 지와이투자조합으로 다시 변경될 예정이다.
또 이 회사는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각각 200억 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하는 전환사채는 제10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로서 전환가액은 1295원, 전환비율은 100%로 전환청구기간은 2025년 5월 30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이며 전환에 따라 발행될 주식 수는 1544만 4015주로 전체 주식의 26.42% 수준이다.
한편 제주맥주와 함께 국내 수제맥주업계를 주도해 온 세븐브로이맥주도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09억 4408만 원으로 전년 대비 60.07%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9억 3171만 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했던 세븐브로이맥주는 이 같은 실적 부진으로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달 중소기업 전용 증권시장인 코넥스에 상장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시기 급성장한 수제맥주 수요가 최근 급격히 줄고 있는데, '노 재팬' 이후 추락했던 일본 맥주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위스키, 테킬라 등 맥주 외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체 주류 수요가 늘어난 게 수제맥주 시장에 악영향을 줬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맥주는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했음에도 실적이 하락세를 기록했는데, 제주맥주는 지난해 대한제분과 손잡고 출시한 '곰표밀맥주'의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제주맥주, 세븐브로이맥주 수제맥주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주류업계에서는 한때 삼진어묵, 테라로사 등과 더불어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형 소상공인 '라이콘(LICORN)'이 대표사례로 각광을 받았던 제주맥주의 인수업체가 주류와는 전혀 무관한 자동차수리 소규모 무명업체라 경영난을 타개하고 회생할 수 있을지 인수의 목적에 대해 의구심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