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중 70%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이사회 구성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대하라고 주문하면서 금융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사외이사의 여성 비중을 늘리라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한 가운데, 후임 사외이사로 여성을 선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7명 중 27명의 임기가 이번 달에 끝날 예정이다.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추가로 생긴 자리에 여성 사외이사를 전진 배치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기존 6명인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고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각각 추천했다.
하나금융도 다음날 사외이사를 8명에서 9명으로 확대하면서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22.2%까지 뛰었다.
신한금융 역시 사외이사 수를 현재의 9명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추천, 여성 사외이사 수를 3명으로 늘렸다. KB금융은 지난해 이미 사외이사 7명 중 3명(42.9%)을 여성으로 구성한 바 있다.
KB금융의 경우 이미 사외이사 7명 중 3명(42.9%)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농협금융은 기존 사외이사 7명 중 2명(28.6%)이 여성이다.
금융지주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늘리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의식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해당 관행을 발표하며, 전체 이사중 여성의 비율이 약 12%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최근 “은행 지주에서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기존의 이사진에 대한 적극적인 개편을 주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부터 금융당국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금융지주사들이 이를 완전히 의식을 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은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40%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금융지주사들도 이런 측면들을 고려해서 여성 사외이사 선임비중을 높이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성 사외이사 대부분이 교수 출신인 것은 향후 개선할 점으로 지적한다. 올해 4대 금융지주가 추천한 여성 사외이사 총 4명 가운데 하나금융의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제외한 3명이 교수 출신이다.
이를 기존 사외이사로 확장하면 4대 금융지주 총 10명의 여성 사외이사 중 교수 비율은 70%에 달한다.
여성이사를 전진 배치해 이사회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게 금융지주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성별을 제외하고 직군, 연령 등 회사의 경영진을 견제할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다양성 구축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