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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경제심리학'...왜 우리는 축구에 열광하고 분노하는가
축구의 '경제심리학'...왜 우리는 축구에 열광하고 분노하는가
  • 정종석
  • 승인 2024.02.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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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극상 논란'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이번에야말로 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이 환골탈태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한 방송에서 이런 (웃음) 퀴즈가 나왔다.

“우리나라에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몇 명이 있습니까?”

“축구 국가대표 감독 몇 명인지 저는 안 세어 봤는데 잘 모르겠네요.”

“해볼 필요도 없죠. 몇 명 안 될 것 같다고 그러는데 사실은 우리나라에 5000만 명의 감독이 있다. 다 감독이다.”

“전 국민이 다 한 마디씩 하는 감독이다. 맞네요, 진짜. ㅎㅎㅎ”

이것은 물론 농담을 섞어서 하는 얘기이다. 이번에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끝나고도 역시 전 국민이 다 감독이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에도 세간에서는 여전히 축구가 화제다. 

'하극상' 논란으로 이어졌던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불화가 뒤늦게 터져나와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이강인이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과 극적인 화해를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사실 축구팀 내에서의 불화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세계 최강팀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 대표팀도 과거 우리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과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프랑스 대표팀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들이 서로서로 그룹을 만들었고 그들끼리 싸움도 있었다. 가장 큰 사건은 구르퀴프의 왕따 사건이었다.

현재 세계 최강팀 중 하나인 프랑스 대표팀도 과거 우리와 비슷한 사례

구르퀴프가 아넬카 등을 비판했고 사과까지 했지만 아넬카는 리베리, 발부에나, 갈라스 등과 함께 구르퀴프를 왕따시켰다. 또한 주장인 에브라조차 왕따 사건에 참여하며 대표팀이 얼마나 막장이었는지 보여줬다.

그 결과 프랑스는 1무 2패 조 4위 월드컵 29위, 1득점 4실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으며 이른바 ‘남아공 쇼크’라는 흑역사를 만들게 된다. 1998년 월드컵 우승, 2006년 준우승의 화려한 전적이 무색하게 1무2패의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로 예선 탈락한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결국 희대의 졸장이라고 평가받은 도메네크 감독과 에스칼레트 축구 연맹 회장은 나란히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분열 원인과 참패 원인을 소명하게 된다.

결국 도메네크 감독은 경질당했고 에스칼레트 회장은 사퇴했다. 그 후 프랑스는 로랑 블랑 이후 디디에 데샹 감독 체제로 바꾸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최강팀으로 복귀했다.

‘아트 사커’란 별명을 가진 명문팀답지 않게 항명→선수 방출→집단 훈련 불참으로 이어진 심각한 불화는 참패의 전조를 예고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마저도 놓치지 않았다. 프랑스의 16강 탈락에 투자해 한몫을 잡았다고 한다.

프랑스팀의 추태와 추락은 급기야 프랑스정부와 사르코지 대통령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야당인 사회당의 한 중진의원은 “사르코지 정부가 들어서면서 확산한 개인주의, 이기주의, 배금주의 문화가 축구팀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을 들먹였다.

“나라 전체가 축구팀을 닮아간다” “국제 정치무대에서 관전자 신세로 전락한 것을 연상케 한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 내분으로 축구팀이 자멸했으니 질책받아 마땅하지만 사르코지 정권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이 저물고 갈길이 먼 것이 바로 한국축구 현주소

중요한 것은 프랑스가 발 빠르게 움직여서 현재의 프랑스 축구를 만들었다는 대목이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극적으로 화해하며 일단 갈등이 해소된 것처럼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품위를 손상시킨 두 사람에 대해 대표팀 제외 등의 징계를 주장, 앞으로의 거취가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 화해가 진정이라면 앞으로 여론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다만 한국축구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이것이 한국축구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협회의 잘못을 지적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조직이든 내부 갈등은 생긴다. 그리고 갈등이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축구팀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갈등이 생긴 경우에 안에서 잘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그걸 해결하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의 잘못도 있는 것이다. 또 설령 외부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더라도 곧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이 사실을 인정하고 추가사실을 거듭 공개한다면 이것은 오히려 사태를 유도하고 악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축구공은 둥글다. 누가 승리할지 모르기에 변화무쌍하여 흥미가 있다. 축구는 또 운동장에서 아무런 무기 없이 육탄전으로 뛰면서 승부를 겨루고, 한 명이 아니라 11명이 한 팀이 되어 조직적으로 협력한다.

그 과정을 수많은 관중과 시청자들이 직접 쳐다보면서 응원하고 환호하는 과정을 공유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묘미가 있다. 축구경기는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승리할 수 있기에 꿈과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와 기대가 대단히 높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02년 월드컵 4강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나라이다. 축구협회는 당장 3월 월드컵 예선부터 이어지는 향후 일정을 위해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3월 21일과 26일 태국과의 예선 두 경기까지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다.

축구와 경제학은 서로 관련이 있다. 경제학은 사회 경제 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축구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이다. 축구와 경제학은 서로 상관성이 있을수 밖에 없다. 더우기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5000만명의 감독이 있다고 할만큼 축구의 승패가 전체 국민의 사기와 심리진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이 진정으로 환골탈태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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